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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선생님의 고백 "나는 급우를 왕따시킨적 있다"함께 웃기만 하였지만 나도 왕따 동조자였다.
김선태 국민기자  |  ksuntae@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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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24  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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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김선태 국민기자] 요즘 왕따가 중요사회문제로 떠오르고 학교폭력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미 나이 70인 나에게도 급우를 왕따 시킨 전력이 있음을 고백한다. 그것도 학급에서 가장 활발하고 재미났던 친구였는데, 딱 5분 만에 평생 함께 어울리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 큰 사고 이었다.

이것이 왕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한 순간의 장난이 한 친구의 가슴을 평생 짓누르는 멍이 되었고, 우리들이 모두 환갑을 맞아 학교의 경영자인 교장이 된 다음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보자고 동기동창들이 연락을 하여도 나타나지 못하고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친구가 되어버렸다.

1961년 4월 어느 날이었다. 학급에서 가장 잘 웃기고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는 친구 이쿠퍼<가명 : 게리쿠퍼 흉내를 잘 내어서 생긴 사고이니 이렇게 불러주자>는 그 당시에 가장 많이 상영이 되던 서부활극에서 소문난 총잡이로 유명한 게리쿠퍼의 흉내를 내면서 교실을 주름잡았다.

“자, 준비는 되었겠지?”

쿠퍼는 영화 속의 게리쿠퍼 보다 더 멋진 폼으로 기마자세에 가까운 자세로 다리를 벌리고 버티고 서서 양손을 엉덩이 부근에 닿을 듯 말듯 가져다 대고서 앞쪽을 응시하면서 소리를 쳤다. 이 모습을 본 아이들은 모두 즐거워하면서...

“자! 덤벼라!”

라고 응수를 해주었다.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쿠퍼의 날랜 동작이 순식간에 우리들을 웃게 만들었다.

“땅! 땅! 땅!”

입으로 쏘아대는 총소리와 함께 쿠퍼는 책상위로 뛰어 올라 옆으로 굴러서 가뿐히 땅위에 우뚝 섰다. 그리고는 오른손의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면서 “후우”하고 불어 댄다.

‘황야의 무법자‘ 뭐 이런 유의 서부 활극에서 당시 우리들의 영웅이었던 게리쿠퍼가 악당들을 물리치고 보였던 세레모니 이었다. 우리들은 너나없이 박수를 치면서 그 멋진 동작을 보여준 쿠퍼에게 환호성을 보내주었다.

이렇게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던 친구였으니 단연 학급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친구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가 시작 될 무렵이었는데, 교실 안에는 친구들이 거의 80% 정도는 자리를 잡고 종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누구였는지 조차 모르는 중에 한 친구가 제안을 하였다.

“야! 우리 쿠퍼가 들어오면 무조건 웃어주자. 늘 우리를 웃기려고 하니까 이 시간에는 우리가 먼저 웃어주어 보자.”

이 말에 누구도 동의를 하거나 반대를 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말이 막 끝날 무렵에 쿠퍼가 문을 드르륵 열고 나타났다. 그냥 나타나는 게 아니라 역시 게리쿠퍼의 총잡이 동작을 흉내 내면서 문을 열자말자 재빨리 몸을 날려서 문을 등지고, 권총을 겨누듯 오른손으로 겨누면서 쓰윽 교실을 한 바퀴 훑어보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본 우리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자기 동작에 좋아서 터뜨린 웃음인줄 알고 쿠퍼는 한 걸음 한 걸음을 기마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걸어 들어서는 것이었다. 보통 때는 이 정도면 친구들이 모두 웃음을 거두고 말았는데 이 날만은 우리들의 모두들 웃음 그치지 않고 계속 되었다. 그러자 쿠퍼는 갑자기 “왜 그래?!” 하고 소릴 지르면서 혹시 자기 얼굴에 무엇이라도 묻어서 그러나 하고 거울 앞으로 가서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이제 정말 웃음에 속아서 하는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고 웃어대었다. 물론 나도 그 중의 한 친구로 정말 그 모습이 웃겨서 견딜 수가 없었다. 쿠퍼는 갑자기 웃어대는 친구들이 무엇 때문에 웃는지 이유를 모른 채 어리둥절하여서 친구들만 멍하니 쳐다보고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친구들은 또 한바탕 웃음보따리를 풀어대었다.

“야! 너희들 왜 그래???”

쿠퍼는 정말 화가 나서 교실이 떠나갈듯 소릴 질러대었다. 물론 그런 모습에 친구들은 오직 더 큰 웃음소리로 대답을 할 뿐이었다. 그 장난스럽고 익살을 잘 부리던 친구가 저렇게 화를 내면서 날뛰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났던 것이다. 쿠퍼는 책가방을 집어 던지면서 닥치는 대로 친구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친구들은 몸을 피해가면서 웃어대었고 쿠퍼는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러다가 5교시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떠들었다고 꾸중을 들으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해 낄낄 거리다가 호된 꾸지람을 듣고서야 겨우 웃음이 사라졌다.

이런 일이 있고나서 그날부터, 아니 바로 다음 시간부터 쿠퍼는 교실이 무서워졌던가보다. 아니 친구들이 모두 미워지고 무서워져 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나면 가장 먼저 교실을 빠져 나갔다. 물론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기는커녕 친구들을 쳐다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작종이 나고서도 선생님이 들어오시기를 기다렸다가 선생님은 앞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순간에 쿠퍼는 뒷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이었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졸업을 할 때까지 거의 2년<2학년 때는 4월이 신학기 이었지만, 졸업 할 때는 3월 신학기로 바뀌어 2월말에 졸업을 할 때까지> 동안 내내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졸업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3월 달에 각자 경기도, 경상도, 충청도 서울 등으로 흩어져서 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전남에서는 순천, 광주, 목포 3개의 사범학교와 광주교대 1회 졸업생이 한꺼번에 졸업을 하여서 남는 인원을 다른 도로 배치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쿠퍼 선생님은 서울로 와서 교사생활을 시작하였고, 서울에 20명 가까운 친구들이 있었지만, 서로 연락을 하는 법이 없이 외톨이로 지내고 있었다. 중년이 다된 나이에 교감, 교장으로 승진을 해가면서도 동기동창들이 연락을 하여서 동기생 모임에 나오라고 해보았지만 단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영영 연락을 하지 않은 채 정년을 맞았고, 그 이후 70이 된 나이에도 연락은 끊긴 채 만날 수조차 없다.

단 한 순간 잠시 웃었을 뿐인데, 나는 왕따에 참여한 못된 공범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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