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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마피아’ 철폐 없인 선진국 없다
이영해 한양대 교수  |  press@newsed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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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13  13: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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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 세월호 참사는 물론 그동안 발생한 크고 작은 재난의 근본 원인과 관련해 그 배경에는 ‘관료마피아’의 영향이 매우 크다. 근절되지 않는 전관예우와 재취업 관습에 의한 관민(官民)유착으로 발생한 부정부패가 대형 사고 발생의 원인 중의 하나이다. 세월호 참사는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라고 할 수 있다.

예전부터 ‘철밥통’으로 불리고 있는 정부 각 부처의 일부 고위관료들은 현직에 있을 당시에는 ‘무사안일’ 또는 ‘보신주의’로 적당히 시간만 보낸다. 또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현직 당시부터 관리하던 산하기관이나 관련 공기업에 책임자로 재취업해 갖은 비리 양산의 숙주 역할을 하고 눈에 보이는 불법들을 눈감아 주곤 한다. 이들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심과 충성심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이 그저 자신의 ‘입신양명’이나 ‘호의호식’만 추구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이정식 명예교수는 관료제의 폐단을 다음과 같이 조선이 패망한 주요 원인의 하나로 지목했다. 조선 초기 과거제를 통해 우수한 관리를 선발하며 비교적 공정한 관료제가 유지되었으나 후기로 가면서 관료제는 변질됐다. 당쟁과 특정 가문을 중심으로 한 권력의 집중이 심화되어 ‘권력의 카르텔’이 이뤄졌다. 개혁을 싫어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부패한 관료사회의 폐단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조선의 쇠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가 비교적 깨끗하고 융성하면 무엇을 만드는 기술을 습득하는 공대나 농대에 인재들이 몰린다. 그러나 사회가 썩으면 관리가 되는 길을 찾아서 인재들이 몰린다. 또 청렴한 지도자가 나와서 시민들의 도덕심을 높이고 부패의 견고한 성곽을 무너뜨려야 하는데, 민주주의제도에서는 선거는 표를 많이 얻어야 이기고 부패를 줄이려면 많은 관료들의 기득권과 싸움을 해야 하게 되어 그런 지도자가 나오기는 무척 어렵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맡았던 업무와 관련이 있는 사기업과 법인·단체 등에 취업할 수 없게 하고 있다. 그러나 비영리기관·단체는 해당되지 않는 등 허점이 많다.

예를 들어 교육부 출신 고위 공직자가 대학 총장이나 간부로 가는 것을 막지 못해 현재 전국 200개 대학의 20~25%는 교육부 출신 공직자가 총장을 맡고 있다. 또 공직자윤리위원회 승인이 있으면 취업이 가능한데 전체 심사 건수 중 불가 판정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더욱이 국가나 지자체의 사무를 위탁받은 협회·기관이나 지자체의 장이 임원을 임명하거나 선임을 승인하는 경우는 예외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돼 있는 해운조합의 역대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 출신 공직자들이었는데 이 예외 조항이 적용된 사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직사회의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상 정권이 끝나고 나면 도대체 뭘 바꿨는지 찾아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어느 면에서는 정권이 ‘관료마피아’ 조직을 더욱 키워주고 그들의 불법은 묵인하는 현상까지 감지되었다. ‘관료마피아’ 조직의 가장 근본적 폐단은 바로 민간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들의 영리와 부의 획득에 몰두하고 이에 따른 문제의 발생은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2011년 9월 15일 한국전력이 예고 없이 5시간여 동안 전력공급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공장과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등 대혼란이 빚어진 직후 정부는 사고 책임을 물어 17명을 징계했다. 전력거래소 이사장과 운영본부장을 면직하고 한전 사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부사장을 해임했다. 주무부처인 지경부 에너지실장과 에너지산업국장은 보직이 변경됐다. 나머지는 실무자들이다.

그런데 지경부 국장 출신의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보직변경 결정을 받았던 에너지실장은 지경부의 핵심 보직인 산업경제실장으로 옮겼다가 지난해 4월 퇴직하면서 산업부 산하기관인 산업기술진흥원장에 임명됐다. 또 에너지산업국장은 잠시 교육파견을 갔다가 지난해 4월 새 정부 들어 산업부 통상 분야의 초대 국장으로 복귀했다. 정무직인 장관의 사임을 제외하곤 사실상 관료마피아는 모두 징계를 피해갔다.

이처럼 대형 사고가 터져도 관료마피아들은 별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책적 실패나 업무 소홀로 나라가 휘청거려도 형사처벌은커녕 징계를 받는 경우조차 드물다. 모든 책임은 관료들의 지시를 받아 현장에서 일하는 민간 실무자들에게 지워진다. 최근 발생한 부산저축은행 사태, 신용정보 유출, 원전비리,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때도 양상은 비슷했다. 관료마피아들은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직후 의회 주도로 책임 소재에 대해 공개 조사했고, 뉴올리언스 시장과 연방재난관리청장을 청문회에 세웠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시민 1만여명은 도쿄전력과 정부 공무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투자 피해자들이 은행 관계자와 함께 금감원·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금감원 직원들의 금품수수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법원은 금감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관료마피아들의 처벌은 쉽지 않다. 부정한 돈이 오간 경우가 아닌 한 정책적 실패에 대해 형사적 책임을 물리기는 쉽지 않다. 가끔 업무상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도 하지만 형량이 낮다. 이 때문에 책임추궁과 처벌의 방식을 다양화하여 민사적 책임과 행정적 징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관료마피아들의 독점 구조를 깨는 방법은 민간 인력의 대폭 수혈과 경쟁 외에는 대안이 없다. 공무원들은 내부 경쟁은 많지만 외부와의 경쟁에서는 보호받고 있다. 관료 순혈주의의 통로인 고시제를 축소하고 민간 전문가의 등용문을 넓혀 관료들의 ‘끼리끼리’ 문화를 원천적으로 없앨 필요가 있다. 부처별로 필요한 전문가를 그때그때 뽑아 쓰는 것도 대안이다. 선발시스템 개선뿐만 아니라 부처 간 인사이동, 처우 향상과 인센티브제 보완 등도 필요하다.

퇴직 공직자의 청탁·알선 및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내용의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은 지난해 8월 발의됐지만 최근에 와서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관료마피아 관련 법안은 관습적으로 하던 것들을 금지시키는 것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고위공직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입법을 막고 있으며, 김영란법은 고위관료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도 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조속한 시일 내 이 법이 통과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라는 참혹한 사태를 겪고도 이번에 통과가 안 되면 국회 무용론이 확산될 것이다.

정치권은 ‘관료마피아’들이 불법을 앞장서 도모하고 있는 것을 지금처럼 경고 정도로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다시는 ‘관료마피아’들이 국민과 정부를 농락하지 못하도록 보다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법제도 마련에 빨리 나서야 할 것이다.

   
 
또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관료마피아’ 현상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발본색원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런 것을 고치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고,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는 부정부패 없는 선진국도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후진국형 안전사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도 ‘관료마피아’ 개혁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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