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 영주댐이 지어져가지고 걸어 다녀도 발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던 그 은빛 모래사장을, 그 시절 무섬강변을 다시 못 볼 거 같아 참 아쉬워. 선진국에선 환경문제를 대단히 중시하는데... 뭔가 소득을 얻을까 싶어 다 개발을 하지만... 그 소득이 사람의 행복은 아니야. 박종우(73)

무섬마을은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와 더불어 경북 지역 3대 물돌이 마을이다. 무섬이란 지명도 ‘물 위에 떠있는 섬이란 의미’이다. 지금이야 튼튼한 콘크리트 다리가 있지만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바깥세상으로 통하는 길은 손바닥 폭 넓이의 외나무다리가 유일했다. 

그래서였을까. 앞으로는 강, 뒤로는 산에 둘러싸인 마을은 거센 개발의 바람에도 원형 그대로 의 풍광과 전통을 지켜올 수 있었다. 40여 채의 가옥 중 전통 가옥만 38채이고, 그 중 16동은 100년 넘은 조선 후기의 사대부 가옥이라는데... 산업화 시절, 마을이 사라질 뻔한 위기에도 단 한 집도 외지인에게 집을 팔지 않았을 만큼 마을 주민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그러나 그런 이 마을도 시대의 추세를 외면할 순 없었다. 전통마을로 지정이 되고 마을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리자 주민들 역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중이다. 조용히 살아온 350년의 역사가 떠들썩한 현대의 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한 것이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마을. 무섬마을 주민들의 삶은 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으로 묶여 있다. 무섬마을 안에는 농지가 거의 없다. 대부분 강밖에 있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씩 강을 오가야 했다. 강은 숙명적인 장애물이었다. 그런 무섬과 바깥을 연결해준 유일한 통로가 바로 외나무다리였다. 

강이 마냥 장애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무섬의 아름다운 풍광은 강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내성천의 맑은 물은 식수이자 생활용수, 가뭄에는 농업용수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렇듯 내성천 물줄기엔 무섬마을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요즘 무섬마을의 풍광엔 점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바로 하루가 다르게 황폐화되고 있는 내성천 강변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무섬마을의 내일이 두렵다. 내성천의 아름다운 풍광이 훼손된 무섬마을은 더 이상 무섬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전통가옥만 남은 ‘민속촌’이나 다름없다. 강과 함께 살아온 수많은 흔적과 역사 또한 사라져가는 모래처럼 사장될 것이 분명하다. 개발의 후폭풍을 지켜봐야 하는 무섬마을 사람들의 가슴앓이는 점점 깊어만 간다. 앞으로 무섬의 10년, 2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KBS 2TV ‘다큐 3일’은 6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된다.

사진 = KBS ‘다큐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