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주안동에 있던 최초의 김밥천국 매장 (사진=(주)정다믄 홈페이지)

[뉴스에듀=온라인뉴스팀] 얼마 전 ‘남친(남자친구)이 김밥천국 가자고 해서 헤어진 사연’이라는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데이트할 때 김밥천국 간다고 친구들에게 말하는 건 창피하다”는 이 글에 네티즌들은 “매번 김밥천국은 너무 했다” “헤어지길 잘했다”는 반응과 “꼭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야 하나” “남자가 알뜰하다”는 반응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섰다.

어느덧 김밥천국은 우리사회에서 하나의 상징이 됐다. 그것은 부담 없이 누구나 즐겨 찾는 ‘국민밥집’인 동시에 데이트 코스로는 민망한 저렴한 식당의 대명사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김천’이라는 약칭으로 더 많이 불릴 만큼 친근하고, ‘김밥천국 짜장지옥’ 등의 패러디를 무수히 양산해 내기도 했다. 사이비 종교단체가 운영한다는 루머도 돈다.

동네마다 하나씩은 꼭 있는 것 같은 김밥천국, 실제로 전국에 몇 개나 될까?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한 포털 사이트의 지도검색을 통해 알아본 바로는 ‘김밥천국’이라는 상호를 쓰는 업체는 전국에 2662개다.

김밥천국 최대의 라이벌로 꼽히는 ‘김밥나라’는 1303건이 검색됐다. 김밥세상, 김밥마을, 김밥사랑 등 수많은 아류 브랜드나, 김밥천국과 비슷한 메뉴와 서비스를 갖춘 여러 분식 프랜차이즈를 합치면 그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도대체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김밥천국이 우리나라 분식전문점의 대명사가 됐을까?

김밥전문점의 탄생

돈가스, 오므라이스부터 냉면, 갈비탕에 이르기까지 40~50가지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김밥천국을 김밥전문점이라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그 기원은 김밥전문점에서 찾는 게 맞겠다.

90년대 중반 김밥전문점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94년에 대학로에 등장한 ‘김가네’, 96년에 문을 연 ‘종로김밥’ 등이 이전까지 없었던 다양한 김밥을 선보이며 김밥의 고급화를 이끌었다.

소풍 때면 빼놓을 수 없는 김밥은 이전부터 친숙한 음식이었지만 외식할 때 찾을 만한 메뉴는 아니었다. 그런데 김밥전문점의 등장은 김밥의 종류를 쇠고기나 참치, 치즈를 넣은 김밥에서부터 골뱅이김밥, 물오징어김밥, 누드김밥이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김밥을 쏟아내며 김밥의 몸값을 끌어올렸다.

당시 야채김밥 한 줄의 가격은 2000원, 쇠고기김밥, 참치김밥 등이 2300원, 모듬김밥은 2800원으로 20여년이 흐른 지금과 비슷한 가격이었고 라면이나 떡볶이보다 오히려 비쌌다.

김밥계의 가격파괴 바람, 1000원짜리 김밥의 등장

김밥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한 줄에 1000원짜리 김밥이다. 비록 2008년에 김밥천국이 김밥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1000원 김밥은 자취를 감췄지만 15년 동안 1000원을 지켜온 김밥천국의 김밥은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에게 밖에서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김밥천국이 처음부터 프랜차이즈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인천시 주안동에 김밥천국이 문을 연 95년에는 한 종류의 김밥과 수제비, 칼국수 등을 파는 조그만 가게였다.

그런데 당시 김밥은 그렇게 싼 음식이 아니었기에 1000원짜리 김밥을 내세운 그 가게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김밥천국의 창업주이자 (주)정다믄 전 대표 유인철(53)씨에 따르면 당시 김밥 한 줄의 원가는 300원이었다고 한다.

김밥으로 돈을 번 그는 서울로 올라와 장사를 하다가 2001년에 이르러서야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 지인들과 30개가 넘는 점포에 김밥천국 간판을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그 해가 전국의 김밥 한 줄 가격이 1000원으로 통일된 원년이라 하겠다.

너도 나도 김밥천국, ‘짝퉁’의 난립

김밥전문점의 등장으로 김밥이 외식 메뉴 중 하나로 성장했고, 1000원 김밥의 확산이 김밥을 가장 대중적인 음식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알았다. 그런데 왜 하필 김밥천국일까?

전국의 김밥천국이 하나의 프랜차이즈인 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조금만 유심히 살펴보면 각각의 가게가 조금씩 다른 간판을 달고 있다는 걸 눈치 챌 수 있다.

여러 프랜차이즈 본사가 간판만 조금씩 바꿔 같은 상호를 쓰고 있는 것이다. 특허청의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or.kr)에 김밥천국으로 등록된 상호만 20개가 넘는다. 거기다 프랜차이즈 본사 없이 김밥천국 간판을 달고 개인영업을 하는 가게도 많다.

유씨가 처음 김밥천국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면서 김밥천국의 상표권을 등록하려고 했지만, 특허청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김밥과 천국이 각각 보통명사로 식별성이 없으므로 독점할 수 없는 상호”라는 것이었다.

다만 성 모양의 로고에 대해서는 상표권을 인정받았다. 이름은 같지만 간판 모양과 로고만 조금씩 다른 김밥천국이 우후죽순 생겨난 계기다.

기사를 마무리 지으며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을 공개한다. 분식전문점계의 양대 산맥인 김밥천국과 김밥나라(물론 지금의 김밥나라 역시 김밥천국처럼 하나의 본사가 운영하지는 않는다.)는 프랜차이즈 출범 당시에 사무실 하나를 같이 쓰던 자매브랜드였다.

[출처=위키트리, 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