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역별 난이도 및 경향

1) 언어 영역

언어 영역은 매우 쉽게 출제되었다. ‘쉽다’거나 ‘어렵다’는 용어는 언제나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대 수능에서 1등급 구분 원점수가 98점인 경우는 언어 영역에서는 처음이다. 2등급 구분 원점수도 95점으로 예상된다. 내용이 어려운 과학기술 지문 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되기도 하였으나 EBS 사전 학습 효과가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어려운 문항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언어 영역의 특징이었다.

이렇게 쉬운 시험은 수시와 정시에 상반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3점 문항 하나를 틀려도 2등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또한 3점 문항 두 개를 틀리면 3등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선발 기준 및 최종 학력 기준을 점수나 백분위가 아니라 등급으로 결정하는 많은 수시 전형에서 ‘의외의’ 탈락을 맞이하는 학생들이 상당히 생길 수 있다. 반면 정시모집에서는 언어 영역의 변별력은 매우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등급 간의 표준점수 차이가 매우 적을 것이어서 다른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면 예를 들어 언어 3등급이라도 ‘명문’ 대학 합격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2) 수리 영역

수리 가 영역은 전년 대비 약간 쉬운 것으로 보인다. 1등급 구분 점수는 92점 내외로 예상되며, 이러한 난이도는 수리 가 영역에서는 그리 어렵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일반적으로 89점 내외가 평균적인 시험, 80점 내외가 어려운 시험, 96 부근이 쉬운 시험이었다. 이번 시험의 특징은 확실히 어려운 문제가 두 문제 있었다는 점이다. 29번, 30번 문항이 대단히 어려웠는데, 공교롭게도 가장 마지막에 배치된 문제였기 때문에 다른 쉬운 문제들까지 풀지 못하게 만드는 심리적 효과는 별로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수리 나 영역은 전년 대비 약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1등급 구분 점수는 91점 내외로 예상되며, 최근 수능에서 1등급 구분 점수가 95~96점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까다롭게 느껴졌을 것이다. 인문/ 자연 공통 문항인 30번이 확실히 어려웠고, 28, 29번 문항도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수리 영역은 수시 및 정시 모두에서 상당한 변별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등급의 조합이 중요한 수시나 표준점수 혹은 백분위가 중요한 정시 모두에서 수리 영역의 성적은 대단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3) 외국어 영역

외국어 영역은 전년 대비 어려워졌다. 1등급 구분 원점수는 92점 내외로 예상된다. 사실은 이번 시험이 좀 더 ‘정상적’인 시험이겠지만, 전년도 시험이 너무 쉬워서(1등급 구분 원점수 98점) 이번 시험을 상대적으로 힘들게 치룬 학생들이 많았을 것이다. 작년과 분명히 달라진 것은 상위권 변별력 확보를 위해 몇 문제를 어렵게 출제한 점이다. 재작년처럼 빈 칸 추론 문항들을 통하여 상위권 변별력 확보를 노린 것으로 보이는데, 27번 문항(3점)이 확실히 어려웠고, 25번, 26번(3점) 문항도 어려운 편이었다. 21번 어법 문제도 푸는 데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외국어 영역은 전년도에 비해 상당한 변별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언어가 쉬웠고 사탐 반영 비중이 일반적으로 낮기 때문에 인문 계열 정시 모집에서는 수리 및 외국어 성적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4) 탐구 영역

탐구 영역은 전반적으로 상당한 난이도를 보였다. 1등급 구분 원점수가 44~45점인 과목들이 2/3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41점으로 매우 어렵거나 49점으로 매우 쉬운 과목도 있다. 평균적으로 보아 44점대가 등급 구분점수가 되므로 모두 90점 이상일 것으로 보이는 언수외보다 ‘어려웠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탐구의 경우 수시, 정시 모두에서 반영 비중이 낮은 경향이 있어서 입시에 미치는 전체적 영향력은 낮은 편이다. 반면에 과학탐구는 수시, 정시 모두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2. EBS 연계 분석

언어 영역에서는 72%의 연계율을 보였다. 이번 시험의 가장 큰 특징은 문학의 연계율 감소/ 비문학 지문 100% 연계이다. 문학은 4세트 8개 작품 가운데 4작품이 EBS 교재에서 출제되어 반영률이 50%로, 전년에 비해 감소하였다. 비문학은 100%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데, 완전히 그대로 반영된 것은 아니고 내용의 변형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졌다. 듣기, 쓰기에서도 4, 5, 8번이 연계되어 출제되었다.

수리 영역은 가 나 공히 70%의 연계율을 보인 것으로 발표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수리 영역의 경우 어떤 교재로 학습하든 유사한 문제 유형들이 당연히 등장하기 때문에 언어나 외국어만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어 영역은 70%의 연계율을 보였는데 듣기는 17 문항 전부가 연계되었고 읽기는 18 문항이 연계되었다. 어법 2 문제는 모두 연계되어 출제되었으나 유형의 특징 상 연계 자체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고난이도 유형인 빈 칸 추론에서는 가장 어려웠던 25, 26, 27번 문제가 EBS 교재 밖에서 출제되었다. 그 밖에 연계된 문항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문제들이었다. 결국 이번 시험은 작년도에 비해서는 상위권 변별력은 EBS 교재 바깥에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3. 총평

이번 수능은 언어 영역 및 일부 탐구 과목들을 제외하고는 적절한 난이도로 출제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1등급 구분 원점수가 91~92점 내외로 예측되는 수리 가 나 및 외국어 영역과 44~45점인 탐구 과목들은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상위권 및 중하위권 모두에서 변별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시험이었다. 다만 1등급 구분 점수가 98점까지 올라가게 된 언어 영역은 너무 쉬웠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