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종이 울린다. 아침 6시 30분...

‘일어날까? 말까?’ 오늘따라 몸이 너무 무겁다. 어제 알바를 하느라 밤12시에 집에 들어와서 게임 한판 때리고 나니 새벽 2시 30분...
불현듯 머리를 때리는 다급함!!!
‘오늘부터는 일찍, 아니면 늦게 가야 하잖아. 이 바보야!~’
나는 어제 일요일 모처럼 맘을 먹고 머리카락에 변화를 줬다. 노란 칼라에 꼬부랑 파마로...
‘1일 천하로 끝나지 않으려면, 교문 지도만 피하면 된다.’
학교에 도착하니 9시 10분!!! 당연히(수업 1교시가 8시 30분) 교문에는 어떤 샘들도 없다.
무사통과!!!

나의 개성을 위해서는 지각이 중요한 게 아니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 내가 보아도 너무 예쁘다.
잘록한 허리와 길쭉한 다리가 돋보이게 셔츠는 줄이고 치마는 짧게 교복을 수선했다.
꽤 많은 돈이 들어갔다. 교복 줄이는 비용이 2만 원, 새로운 교복을 사는데 8만 원!!!
아침에 교문을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쫄바지, 짧은 치마를 입은 친구들이 줄줄이 학주 옆에 서 있다. 반갑게 인사했다.
“00선생님 안녕하세요?, 쟤들 혼 많이 내 주세요!”
신속히 교문을 통과하고 나서 먼저 들어간 곳은???
화장실...
먼저 온 친구들이 옷을 바꿔입고 있었다.

바보들... 유행을 따라가려면 최소한 교복이 2벌 정도는 되어야지...


 
‘오전에 놀까? 오후에 놀까?’
어제는 또래 친구들이 늦잠을 자는 통에 오전에 별로 할 일이 없이 빈둥빈둥하다가 오후에 학교에 갔다.
‘좋다! 오늘은 일찍 학교 가자. 그래서 몇 명 데리고서 오후에 놀이공원에서 놀자.’
현재까지 나의 결석일수는 60여일...
앞으로 7일 정도만 더 하면 자동유급이란다.(출석일수의 1/3이 결석이면 유급)
그런데 별걱정 안 한다. 다만 작전 변경만 하면 된다.
① 1교시만 하고 무단조퇴 하기
② 마지막 시간에 등교하여 무단지각 하기

흐흐흐! ① or ②는 결석일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퀴퀴한 냄새와 라면냄새가 뒤섞여 구역질이 난다.
초딩 동생은 방 한구석에서 곯아 떨어져 있다.
엄마는 오늘도 음식점 주방보조로 늦게 귀가한다.

‘00야, 오늘은 선생님과 상담하는 날이다.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로 오너라’
‘너의 적성과 지망대학, 인생관, 고민 등에 대해 정리하도록!!!’

도망치고 싶다.
나에게 적성? 대학? 인생관???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다!

제발 고문 같은 상담시간 좀 없었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본 학교의 현주소입니다.
학교의 생활지도문화가 문화 지체 현상은 아닌지? 학교의 교칙이 얼마나 구멍이 많은지?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상담체계가 허례허식은 아닌지?
21세기에 걸맞은 근본적인 학교문화의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출처=서울시 교육청 정책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