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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열화일기
홍경석 교육전문기자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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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4  21: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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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신문=대전세종충남 홍경석 기자] 열화일기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 이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속에 가시가 돋친다는 뜻이다. 영웅 안중근 의사께서 옥중에서 쓰신 글귀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작금 현대인들은 과연 얼마나 책을 읽는가? 이를 <열화일기 뜨거운 꽃의 일기> (김은형 지음 & 행복에너지 발간)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빗대 풍자하고 있다. ‘일일부TV 안중생형극(一日不TV 眼中生荊棘)’ -> 가히 촌철살인의 멋진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하루라도 TV를 보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은 많지만 책을 그리 보는 이는 없다는 현실을 꼬집은 ‘신판 사자성어’의 압권이기 때문이다. “책 읽는 습관을 붙인다는 것은, 인생의 거의 모든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피난처를 만드는 일이다.” 영국 작가 서머셋 모옴의 이 명언은 아무리 세월이 흐를지언정 영구불멸할 금언이다.

이 말에 걸맞게 저자는 열정과 청춘으로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났던 20대의 청춘일기를 30년도 더 지난 오늘에까지 보관해오다가 그예 책으로 발간했다. 더욱이 출간의 힘이 다른 사람도 아닌 사랑하는 남편에 의해 빛을 발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부부애가 얼마나 극진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더욱 흐뭇하다.

열하일기(熱河日記)는 조선 정조 때 박지원이 청나라를 다녀온 연행일기(燕行日記)다. 반면 ‘열화일기(熱花日記)’는 제목 그대로 ‘뜨거운 꽃의 일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용광로처럼 뜨겁고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이 있다.

이 책은 저자가 20대 때인 1980년대를 배경으로 쓴 개인의 서사(敍事)이자, 시대의 역사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베이비부머(baby boomer)는 6.25 한국전쟁이 끝난 1955년부터 베트남 전쟁 참전 전까지인 1963년 사이의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뜻한다.

필자와 같이 베이비부머인 저자는 동시대를 살았다는 동질감의 공유까지를 이 책에서 꽃처럼 활짝 펼치고 있다. 그 부분이 바로 P.183에 등장하는 1982년 12월 27일의 일기다.

= “어젠 일요일이었는데도 학교에 나와 버스안내양 위문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전략) 어떤 버스안내양 언니는 격무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학생들이 치사하게 회수권을 교묘하게 두 장을 세 장으로 잘라서 내는 바람에 회사에 가면 삥땅했다고 몰아치기 일쑤였다.

설상가상 몸수색까지 당하는 수모도 힘들었지만 더 고통스러운 것은 따로 있었다. 그건 버스 손님들이 자신을 동정하는 눈빛들이었다면서 그예 서러움까지 폭발했다. 그리곤 울음을 터뜨렸는데 이에 부화뇌동하여 날 포함해서 대다수의 여학생들도 울먹울먹거렸다(주: 이 부분은 저자가 여대생 시절에 쓴 글의 원본이 너무 긴 까닭에 필자가 읽기 쉽게끔 임의로 약간 수정하였음.)”=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과 책도 있지만 그 시절 버스안내양은 대표적 을(乙)의 어떤 상징이었다. 필자가 소년가장이 되어 역전에서 구두닦이를 할 적의 실화다. 필자와 동향의 죽마고우 역시 가난이 족쇄로 작용하는 바람에 중학교는 기껏해야 눈으로만 구경해야 했다.

그 친구의 누이동생 역시 국졸(초졸) 즉시 버스안내양으로 돈을 벌었다. 그런데 이 책 저자의 표현처럼 고된 근무를 마치면 버스회사에서 삥땅 여부를 검사해야 된다며 심지어 옷까지 벗으라고 했단다.

지금으로선 인권 침해와 일종의 성적 폭력에 다름 아니었던 그 시절의 ‘그 아픔’은 하지만 당시로선 아포리아(aporia)처럼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였기에 다들 아닌보살을 하곤 했다.

어쨌든 글을 쓰는 작가는 매한가지이듯 이 책의 저자 역시 매우 따스한 시선을 지닌 ‘해맑은 여대생’이었다. 인생의 가장 황금기 시절의 사진들이 덤과 보너스로 제공되는 이 책은 “그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자 한 권의 책이다. 얼굴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고 했던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의 말까지를 풍경(風磬)의 공명(共鳴)으로 들리게 한다.

   
▲ 홍경석 기자
조선 중기 최고의 시인이자 문장가였던 교산(蛟山) 허균(許筠) 역시 다음과 같은 말로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창고에 가득한 재물도 내 삶을 지켜 주지는 못한다. 재물은 미꾸라지처럼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나를 든든히 지키려거든 재물에 목숨 걸지 말고 독서의 습관을 들여라.”

<열화일기>의 저자 역시 평소 독서광이자 책벌레로 일관했기에 이처럼 주옥같은 저서를 남길 수 있었음은 구태여 사족의 강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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