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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연작(連作) 수필] ②어떤 국민적 저항
홍경석 교육전문기자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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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31  18: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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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신문TV=홍경석 교육전문기자] 매주 목요일이면 C일보가 더 기다려진다. ‘아이가 행복입니다’가 실리는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1월 15일에 마침내 할아버지가 되었다. 금지옥엽으로 기른 딸이 딸을 낳은 덕분이다. 딸의 출산 소식을 듣고 상경하여 외손녀와 처음 상봉했다.

C일보의 같은 날짜(1월 31일자 <가슴으로 읽는 동시>에 소개된 ‘설날’의 글처럼 외손녀는 온 가족이 모여서 시끄러운 데도 불구하고 세상모르고 천사처럼 쌔근쌔근 잠만 잤다. 그 모습을 연신 사진에 담으며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참고로 ‘설날’의 시를 음미해 본다. - “부산 고모가 안고 온 갓난아기는 세배도 안 하고 잠만 잡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시끄러운데 세상모르고 잠만 잡니다. 먹을 것도 많은데 잠만 잡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잠만 잡니다. 저자 윤제림(1960~ )”-

어제는 설날에도 일을 해야 하는 까닭에 아산의 숙부님을 찾았다. 불과 오십도 못 채우고 타계하신 아버지보다 사실은 더 ‘아버지다운’ 숙부님이시다. 가정을 너무도 일찍 ‘분실하고’ 타관객지로 떠돌며 막서리(남의 막일을 해 주며 사는 사람)처럼 살았던 아버지...

그런 형님을 대신하여 조카인 필자까지를 친자식 이상으로 길러주신 숙부님... 그 은공을 잊는다면 개돼지보다 못한 놈이라는 당연한 정서에 입각하여 선물을 사들고 찾아뵌 것이었다. 시외버스가 대전복합터미널을 떠날 즈음 딸이 보낸 문자가 가족 카톡방으로 들어왔다.

외손녀의 이름을 사위가 정했는데 슬기 서(諝), 아름다울 아(妸), 즉 ‘서아’인데 어떻겠느냐는 ‘공개 질의’였다. 매우 합당한 작명이라 생각되어 찬성한다는 즉답을 보냈다. “서아 엄마, 축하드려유~ ^^”

숙부님과 점심을 함께 하면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외손녀의 사진을 보여드렸다. 필자 이상으로 너무나 반가워하시는 모습에서 새삼 핏줄의 가까움을 절감했다. “어쩜 그렇게 네 딸이랑 붕어빵이니!” “그래서 씨도둑은 못하다는 말도 있는 것 아닐까요?” “맞다.”

아내가 딸을 낳던 날은 엄동설한의 1987년 1월 31일이었다. 전날 자정이 임박한 무렵 산통(産痛)을 호소하는 아내를 부축하여 동네의 산부인과를 찾았다. 간호사는 곧 출산할 듯 싶다고 했다. 아울러 아빠가 곁에서 아기가 세상에 나오는 모습을 지켜봐도 무방하댔다.

그러나 비겁했던(?) 필자는 그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병원 밖으로 나왔다. 마침맞게 포장마차가 있기에 거기서 소주 두 병을 비웠다. 다시 병원에 들어가니 어느새 딸이 탄생하여 아내 곁에 잠들어 있었다. 우리 홍 씨 집안에 유일무이한 ‘공주님’이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웠기에 물고 빨며 사랑과 칭찬이라는 비료만 줬다. 세월은 여류하여 미루나무처럼 성큼 자란 딸이 사윗감을 데리고 왔다. 시경(詩經)에 ‘기기취처 필송지자(豈其取妻 必宋之子)’라는 것이 있다.

이는 ‘어찌 그 아내 얻기를 반드시 송나라 지씨만을 고집하겠느뇨’라는 뜻으로 특정 조건만 갖춘 배필(配匹)을 따지면 결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후 아들의 결혼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딸 또한 본인이 좋은 배필이라고 했기에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위로 인정했다.

대저 사람들은 견물생심(見物生心)의 속물이다. 따라서 대부분 가문과 학력, 재산과 미모 등을 따져 배필을 정한다. 하지만 그처럼 ‘입에 딱 맞는 떡’이 많은 건 아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거나 외모가 화려한 사람,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에 한정하여 사람을 만나려 한다면 그게 바로 혼기(婚期)를 놓치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일쑤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의견을 존중했으며, “안돼”보다는 “그러자꾸나”의 긍정마인드로 일관했다. 덕분에 사위와 며느리 역시 알토란 인재와 재원으로 얻을 수 있었다. 지난 1월 18일자 언론에서는 일제히 “여성 한 명당 출산율 저항선 ‘1’ 무너졌다”를 보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0명 선이 무너지며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뉴스였다. 그래서인구절벽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난해의 합계출산율 1.0명 미만은 역대 최저치다. 이는 또한 이미 통계청이 예고한 바 있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의 수를 말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인구유지에 필요한 2.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8명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35개 회원국 중 꼴찌다.

합계출산율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2017년에 사상 최저인 1.05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급기야 2018년에는 1.0명 미만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 1950년의 6.25한국전쟁 당시에도 63만 명이 넘는 출산율을 기록했거늘!

참고로 6.25전쟁 당시의 3년 동안 출생아 수는 다음과 같다. 1950년엔 633,976명 / 1951년 675,666명 / 1952년 722,018명 / 1953년 777,186명 ... 따라서 2018년의 출생아 수 325,000명은 6.25한국전쟁 당시의 출생아 숫자 633,976명에 비교하면 얼추 반 토막인 셈이다.

이왕지사 고찰한 김에 필자가 태어났던 1959년의 출생아 수를 살펴보면 자그마치 1,016,173명이었다. 그래서 우리 세대를 일컬어 ‘베이비붐 세대(baby boom generation)’라고 하는 것이다.

오늘날처럼 아이를 안 낳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희망이 없다는 방증의 국민적 저항이다. 출산율은 더욱 감소하는 반면 노령화는 가속되고 있는 것 또한 대한민국이란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증거다. 세계에서 불과 한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반 토막으로 줄어 인구절벽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외면 말고 적합한 출산율 제고의 방법 도출을 서둘러야 옳다. 지금도 일터나 가정에서 여성차별이 심한 부분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것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딸은 대한민국 출산율에도 기여한 ‘애국자’가 아닐 수 없다. 이제 남은 건 C일보 ‘아이가 행복입니다’에 예쁜 외손녀의 사진이 실리는 것이다. 그 기사를 코팅까지 하여 동네방네 소문내며 다닌다손 쳐도 결코 실정법 위반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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