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신문=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서예(書藝)는 글씨를 붓으로 쓰는 예술을 뜻한다. 중년 이상의 사람들은 어릴 적 학교에서 한문이나 한글 서예를 써본 기억이 있다. 이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서예는 자유로운 필선을 구사할 수 있는 붓을 사용하는 아시아 문화권에 속해 있는 사람들만의 어떤 혜택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일찌감치 그림이 글씨가 되고, 글씨도 그림이 될 수 있는 문화적 풍토 속에서 성장했다.

캘리그라피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에도 ‘동녘 동(東)’ 자(字) 옆에 ‘나무 사이에서 해가 뜨는 그림’을 보며 크던 기억이 있는 것이 과거 아시아 문화권의 공통적 기반이 아닌가 싶다.

영화 <서편제>에 등장하는 마법 같은 혁필을 보고 감탄하던 세계인들의 반응은 곧 우리가 잊고 있던 과거 속에 우리의 가장 찬란한 예술이 숨어 있었음을 말해준다. 최근 다시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캘리그라피가 간단하면서도 정서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대중적 예술로 각광받고 있다.

더구나 과거와 달리 이제 한글 위주의 캘리그라피가 널리 보급되었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혹은 한자를 모르더라도 누구나 어느 정도 감각을 지니고 우리 한글만 알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 양식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캘리그라피의 유행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과거에 글씨는 ‘마음의 거울’이라는 표현을 하며 우리 어르신들께서는 바른 글씨를 쓸 것을 강조하셨다.

캘리그라피의 세계는 바른 것만을 요구하기보다 더욱 다양한 감성과 정서를 드러낼 수 있는 장르라는 점에서 과거의 서예나 습자(習字)와는 엄격히 다르다. 또한 개성이 강조되는 시대적 정서와 젊은이들의 감각에도 부합된다.

『인생 캘리그라피 - 마음으로 쓰는 손글씨』는 30년 내공을 자랑하는 캘리그라피의 달인 이형구가 쓰고 도서출판 행복에너지에서 출간했다. 이 책을 열면 캘리그라피의 다양한 세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어쩜 글씨가 이처럼 오묘하고 신통방통하단 말인가!’ 하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이 책은 비단 캘리그라피만을 잘 쓰는 노하우의 전수에 그치지 않는다. 시인과 작가의 수준을 뛰어넘는 작가의 촌철살인 문구가 곳곳에서 번뜩이는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

= ‘매일 행복할 순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 ‘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진다면 걱정이 없겠네’ / ‘앉은 자리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없다’ / ‘그대는 뭘 해도 될 사람입니다’ /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이 얼마나 멋진 경구(警句)란 말인가! 캘리그라피는 작가의 감성을 다양하게 나타낼 수 있다. 더욱이 우리 한글은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문자이다. 현재 세계 54개국 138개소에서 한글과 한국문화를 알리는 세종학당에서 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많다.

캘리그라피는 여러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거나 느낄 수 있는 힐링의 장르이자 예술이다. 가족과 지인에게 편지와 엽서를 보낼 때 나의 진심까지 녹아있는 캘리그라피를 써서 보낸다면 받는 이의 감동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최소한 열 배는 상회할 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