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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연작수필] (35) 우동 한 그릇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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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9  12: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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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신문=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우동 한 그릇

며칠 전 지인 형님을 만났다. "모처럼 만났으니 점심은 내가 살게." 중국집으로 이동하여 탕수육을 먼저 시켜 먹었다. “난 짬뽕이 좋은데 너는?” “저는 우동으로 할게요.”

언제부턴가 매운 짬뽕이 싫다. 대신 시원한 국물까지 일품인 우동이 좋다. ‘우동’은 일본어이므로 우리말인 ‘가락국수’로 불러야 옳다고 국어사전에서 알려준다.

그럼에도 이 글을 ‘우동’으로 뽑은 것은 다 이유가 있으니 혹시라도 나를 ‘토착왜구’로 매도하거나 몰지는 마시라! 참고로 ‘토착 왜구’(土着 倭寇)는 자생적인 친일 부역자를 뜻하는 표현이었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으론, 일본이나 구 일본 제국을 숭배하거나 찬양하며 친일 행위를 하는 자이다. 또한 일본 우익들의 주장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자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우동 한 그릇]은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가 쓴 글이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체험한 어른들과 가난을 모르고 자란 신세대들에게 ‘우동 한 그릇’의 의미를 되살려주는 단편소설이다.

내용은 남편을 잃고 가난에 시달리는 어머니가 어린 두 아들과 우동집에 들어선다. 하지만 돈이 없기에 항상 우동은 한 그릇만을 주문한다. 우동집 주인 부부는 이들 모자(母子)가 넉넉한 형편이 아닌 것을 알고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선심을 베푼다.

즉 우동 한 그릇 반의 양을 삶아 내주곤 했던 것이다. 또한 우동 값이 올랐어도 이들 모자에게만큼은 예전 가격 그대로를 받고 팔기도 했다. 세월이 한참 흘러 그 어머니는 성공한 아들들을 앞세우고 우동집에 들어선다.

그리곤 과거완 사뭇 달리 우동을 세 그릇(!)이나 주문한다. 감격한 주인 부부는 그들에게 그동안 어찌 살았냐고 묻는다. 이에 그들은 지난날 자신들이 먹었던 ‘우동 한 그릇’의 고마움을 잊을 수 없었기에 다시 왔다고 답한다.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눈물을 흠씬 뺀다. 고난의 소년가장 시절, 점심은 늘 그렇게 우동을 먹었다. 한 그릇에 20원이었는데 손님이 구두를 닦은 후 내게 지불하는 돈과 같았다. 세월은 여류하여 두 아이가 모두 결혼했다.

올 초 외손녀에 이어 지난주엔 친손자까지 얻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우동까지 먹고 난 뒤 커피숍으로 이동했다. 10대 후반부터 사귄 형님인지라 나의 지난날 고생담을 누구보다 적확히 잘 아는 분이시다.

“친손자까지 봤다니 이제 너도 고생은 끝이로구나. 고진감래(苦盡甘來)를 정말로 축하한다.” “고맙습니다!” 지난 5월, 4년 만에 두 번째 저서를 출간했다. 실로 궁핍했던 구두닦이 시절과 우동 한 그릇의 ‘실화’까지 내재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일본작가가 쓴 우동 한 그릇은 픽션이다. 반면 내가 발간한 책은 100% 논픽션이자 ‘팩트’다. 이런 진정성을 독자들께서 인지한 때문이었을까... 최근 2쇄를 찍었다며 출판사에서 ‘기념’으로 열 권이나 보내주셨다.

다음 만남에선 내게 우동을 사준 형님께도 증정할 수 있게 되어 반갑다. 깊은 병이 드신 홀아버지와 먹고살고자 점심은 늘 그렇게 헐한 가격의 우동으로만 때웠다. 그래서 돌아서면 항상 배가 고팠다.

그럼에도 불의로 일탈하지 않고 대신 누구보다 ‘악착같이+열심히’ 살았다. 덕분에 두 아이 모두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졸업했다. 안정된 직장 외에도 지인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사위와 며느리까지 맞았다.

그 시절 우동 한 그릇이 가져다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쉬는 날이다. 점심은 아내와 인근의 중국집으로 갈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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