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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서평] 부부의 사계절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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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3  15: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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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신문=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부부의 사계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뭘까? 지금의 봄처럼 *백화난만(百花爛漫)의 자태를 봐줄만 하다. 그러나 *만정도화(滿庭桃花)에서도 쉬이 볼 수 있듯, 꽃이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운명을 비껴갈 수 없다.

떨어지는 목련이 처참하다는 건 구태여 사족이다. 세상에서 가장 고운 모습은 같이 늙어가는 부부다. 더욱이 이 부부는 52년째 고락을 같이 하고 있는 ‘영원한 친구’여서 더 아름답다.

[부부의 사계절](저자 박경자,손병두 & 발간 행복에너지)이 출간되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책이 독특하고 파격적인 건, 글은 아내가 썼지만 편집은 남편이 했다는 사실이다.

새삼 살가운 부부애와 함께 어떤 *부창부수(婦唱夫隨)의 또 다른 아름다움이 물감처럼 번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또 다른 흐뭇함은 부부가 서로 가톨릭 세례명인 ‘돈보스코’(손병두)와 ‘율리아나’(박경자)로 호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를 시종일관 다정하게 부르고 답하며 어떤 사안과 화두에 대한 질의응답을 때론 수필처럼, 논리정연한 글과 대화로 풀어내는 솜씨가 압권이다. P.67~68에 <부부는 싸워도 한방에서 한 이불 덮고 자야>라는 부분이 나온다.

= “싸워서 베개를 들고 다른 방으로 가려고 해 보았지만, 발자국이 멀어질수록, 쪼개지는 절벽이 생기는 것처럼 오싹한 긴장감이 스며들었습니다.(중략) 어쩌면 자신 안에서 갈라진 하나의 생명체인 우리 부부인데, 모든 것 고해성사로 끝내고 또다시 두 발 묶어 삼각경기 출발선에 서야지요” =

이 부분에선 마치 해탈한 수도사(修道士)를 보는 듯 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 책의 저자들에 비해 필자는 10년 이상 결혼년수(結婚年數)까지 부족한 무지렁이다.

지금이야 싸울 힘도 없지만 과거엔 별 것도 아닌 일로 아내와 툭하면 날카롭게 부딪쳤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현실에선 전혀 그러지 못했다. 다 필자가 못난 탓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지금 부부관계가 최악인 경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데면데면하는 부부 역시 친밀과 화합으로 회귀할 수 있는 노하우까지 아낌없이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의 손병두 편집인은 서강대학교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호암재단 이사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지금은 김수환추기경연구소 운영위원장으로 김 추기경의 사상과 영성을 보급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돈보스코’ 손병두 공저자(共著者)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ME운동’ 또한 눈여겨 볼 일이다. ME운동은 일명 ‘부부일치 운동’으로 1952년 스페인 칼보 신부가 처음 고안한, 부부들을 위한 주말 교육 프로그램이다.

월드와이드매리지엔카운터(WORLD WIDE MARRAGE ENCOUNTER)를 줄여서 ‘ME’라고 하는데 한국ME는 미국 메리놀회 마진학 도널드 신부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저자와 남편은 ‘한국ME’의 초기 가입자로, 이 교육을 통해 결혼생활을 재평가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더불어 여기서 더욱 많은 깨달음을 얻고 ME가족들 카톡방에 에세이 식으로 생각과 느낌을 적기 시작했다. 그것이 이 책의 발간 토대가 되었다.

[부부의 사계절] 들머리 ‘저자의 인사말에서’ 박경자(율리아나) 저자는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이런 것도 책으로 내나 할까 봐 두렵습니다”라고 이실직고한다. 그럼에도 손병두 공저자는 아내를 설득했다.

그리곤 끝내 결혼 50주년 기념의 실로 뜻 깊은 선물로, 이 같은 코페루니쿠스적 발상의 참신하고 멋진 책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이 보다 멋지고 귀한 선물이 또 있을까!

평생 책 한 권 못 내고 떠나는 인생이 부지기수다. 아픔과 불협화음의 시대를 위로한 ‘진정한 어른’ 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담은 [저 산 너머]라는 영화가 곧 개봉된다고 한다.

이 시대의 또 다른 어른인 박경자,손병두 공저자의 이 책에서 남편과의 소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강단과 의지, 사랑스러움을 간직한 배우자에 대한 감사함까지 느껴보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생활 속에서 더욱 풍요로워지기까지 한다면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웃을 일 없는 이즈음에 이보다 더한 명약은 또 없을 것이다.

*注 : 백화난만(百花爛漫) = 온갖 꽃이 활짝 펴 아름답고 흐드러짐.

만정도화(滿庭桃花) = 뜰에 가득한 복숭아꽃.

부창부수(婦唱夫隨) = 아내가 주장하고 남편이 이에 잘 따름. 또는 부부 사이의 그런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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