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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연작수필] 104.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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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19  14: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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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n 뉴스에듀신문]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어제 부산에 다녀왔다. 20년도 넘는 세월의 간극이었다. 대전역에서 출발한 KTX는 동대구역과 울산역(통도사)을 지나 부산역에 진입했다.

불과 1시간 32분 만의 도착이었다. 이 빠른, 정말 ‘좋은 시절’이거늘 단지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20년도 넘게 부산을 못 왔다니... 어떤 후회막급의 자책을 마음에 담으며 1001번 직행버스에 올랐다.

이윽고 도착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APEC로 55번지 벡스코. 저만치 보이는 해운대의 마천루 건물들이 삐쭉하며 인사를 했다. 벡스코에 들어가 취재 차 온 기자라고 신분을 밝혔더니 PRESS 카드를 주었다.

미션 임무를 수행하고 나를 보시려 일부러 찾아오신 진객(珍客)을 만났다.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대낮부터 낮술을 마셨다. 미리 마련한 저서를 드렸더니 진객께서도 준비하셨다는 선물을 주셨다.

“당초 예정은 부산의 이모저모를 구경시켜 드리려 했으나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괘념치 마십시오! 12월에 초청하신다고 했으니 그 때는 아예 1박2일로 다시 오겠습니다.”

술 냄새를 풍기며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건 엄연한 민폐다. 작별 인사를 한 뒤 택시에 올랐다. 예매했던 18시 열차표를 14시 20분으로 바꿨다. KTX가 부산역을 출발하기에 아내에게 전화했다.

“(이틀 연속 야근을 마친 즉시 부산행 열차에 올랐기에) 또 잠이 들면 서울까지 갈 가능성이 농후하니 30분 간격으로 전화 줘!” 연신 벨이 울어 살펴보니 어느새 대전역 초입이었다. 하마터면 또...!!

대전역까지 마중 나온 아내의 손을 잡고 50년 전통의 중식당으로 갔다. “사장님~ 안녕하셨어요?” “아이구~ 홍 기자님 오랜만입니다. 어서 앉으세요.”

“요즘 힘드시죠?” “말도 마십시오! 저는 내 가게나 하니까 그럭저럭 견디지 세를 얻어서 하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부도 일보 직전입니다.” “아무튼 힘내세요! 그리고 우린 탕수육부터 하나 주세요. 소주는 ‘이제우린’으로.”

아내와 술을 나누는 와중에도 내가 지인들께 보낸 출간 예정의 신간 표지 시안(試案) 1,2,3 예시 표지그림에 대한 앙케트(enquête) 답신은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여보, 카톡이 계속 오는데 확인 안 해?” “응, 지금 내가 술이 과해서 확인해봤자 어차피 답신도 못 보내. 내일 술이 깬 뒤에 취합하여 정리한 뒤 답신 보낼 거야.” “그나저나 부산에 간 일은 잘 됐어?”

“응, 취재를 잘 마쳤고 진객과 만나 술까지 나누고 왔지.” “당신은 뭐든 자신만만하게 잘 하는 게 맘에 들어.” “고마워!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아내가 배를 잡고 웃었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는 말은 진중권 교수가 동양대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더욱 널리 알려진 표현이다. ‘가오’는 ‘폼(form)’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며 일본어라고도 한다.

우리말로 바꿔 쓰는 게 좋지만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기에 그냥 사용했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새벽 4시였다. 도착한 카톡의 앙케트 답신은 무려 500여 통!

결론은 1번으로 낙착되었다. 잠시 후 목욕재계한 뒤 정성껏 답신을 드릴 생각이다. 초면임에도 벡스코까지 나를 찾아주신 진객께 감사드린다.

앙케트에 성의껏 의견까지 주신 500여 분의 지인들께도 고개 숙여 인사 올린다. 앞으로도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는 마인드로 더 열심히 살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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