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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연작수필] 106. 나도 ‘갑질’을 하고 싶다!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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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9  15: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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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갑질’을 하고 싶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늘 주시하는(?) 하는 국가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나라인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반 가량이 폐업 내지 부도의 위기에 몰렸다.

반면 부동산 가격은 정부의 통제를 비웃으며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오르고 있다. 소위 돈까지 많은 ‘갑(甲)’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만날 싸운다. 소득도 없이 소모적으로 다투는 바람에 국민적 관심은 별로 크지 않다.

이런 와중에도 여름은 왔고 장마가 지리멸렬(支離滅裂)하다. 사람은 나들이조차 못 하는데 온갖 새들은 만날 여행을 떠나느라 식전부터 분주하다. 그래서 차라리 새들이 부러운 즈음이다.

어제, 곧 출간되는 나의 저서를 발행하는 출판사로부터 <출판계약서>를 받았다. 정말 감개가 무량했다. 나도 드디어 ‘갑’이 된 때문이다.

한국에만 있다고 알려진 게 소위 ‘갑질문화’다. 집 주인은 세입자에게 있어 ‘갑’이다. 회사의 상사는 하급자의 ‘갑’이 된다.

반면 나의 생업인 경비원은 항상 ‘을(乙)’이다. 그래서 만날 울화통이 터진다. 이 지겨운 ‘을’의 옷을 벗어내고 어제는 모처럼 ‘갑’으로 신분이 세탁되었다. 모든 게 다 출간(出刊)의 힘이었다!

일반적으로 출판은 저자가 ‘갑’이 된다. 하지만 갑이 되면 갑에 맞는 처신을 해야 된다. 다만 1권의 책이라도 많이 팔리게끔 전력투구(全力投球)해야 한다. 그게 자신의 글을 책으로 곱게 만들어준 출판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의리다.

<출판계약서>에 명기된 ‘갑 홍경석’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이실직고하건대 어려서부터 ‘갑’이 되고 싶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온실 속 화초가 되고 싶었다.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여 법관이 되고자 했다. 그리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자들을 전부 법정 최고형으로 징치(懲治)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모두 뜬구름이자 포말(泡沫)이었다.

한국 사회에선 학력과 학벌이 최우선이었다. 나처럼 ‘X도’ 못 배운 무지렁이는 아무런 짝에도 쓸모없는, 고작 한강투석(漢江投石)이었다. 그게 서럽고 분하여 만 권 이상의 책을 봤다.

역시나 책 속에 길이 있었다! 기자에 이어 작가까지 된 건 모두 책 덕분이다. 비록 태생적 ‘갑’, 요컨대 어려서부터 갑은 아니었지만 내조지현(內助之賢=아내가 집안 일을 잘 다스려 남편을 돕는 일)이 이를 탕감했다.

여기에 출천지효(出天之孝=하늘이 낸 효자라는 뜻)의 아들과 딸까지 합세(?)했다. 모처럼 갑이 되고 보니 마음까지 하늘을 훨훨 나는 느낌이다. 출판사 사장님의 넉넉함까지 가세하여 실탄(實彈)까지 통 크게 보내주신다니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여기서 말하는 ‘실탄’은 내 저서(著書)의 아낌없는 지원(支援)이다. “여러분~ 제 강의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나눠 드린 의견 수렴서에 적어 주시면 열 분께 저의 책을 드리겠습니다!”라는 어떤 ‘갑질’을 나도 하루 빨리 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 갑질은 착한 행위로만 국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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