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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연작수필] 107. ‘1번가의 기적’과 일격 단상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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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30  17: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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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n 뉴스에듀신문] ‘1번가의 기적’과 일격 단상

[1번가의 기적]은 2007년에 개봉한 방화다. 임창정과 하지원이 주인공이다. 재개발의 막중한 임무를 띠고 에쿠스를 끌며 폼 나게 1번가에 나타난 날건달, 그가 바로 필제다.

‘천하의 나쁜 노무새끼’가 되어 피도 눈물도 없이 ‘무대뽀’로 마을 사람들을 밀어내려 단단히 맘을 먹었다. 하지만 도착한 첫날부터 맞닥뜨린 깡따구 센 여자 복서 명란을 비롯하여 예측불허의 마을 사람들로 인해 필제의 계획은 꼬이기 시작한다.

명란은 버스보다 발이 빠르고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여자다. 그럼에도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동생을 돌보면서도 아빠에게 자랑스런 딸이 되기 위해 동양 챔피언의 꿈을 다지며 꿋꿋하게 살아간다.

이런 명란과 사사건건 엮이게 된 필제는 재개발은커녕 명란의 뒤치다꺼리를 하기에도 바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필제가 하는 짓들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 일동, 이순 남매는 순수함으로 필제를 제압한다.

설상가상 그를 두려워하기는 고사하고 일까지 시켜먹는 마을사람들로 인해 필제는 동네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된다. 급기야 그는 동네 아이들에게 날건달이 아닌 슈퍼맨으로 통하기에 이르는데…

‘마을 접수’라는 애초의 목적 달성에서 점점 멀어져만 가는 필제, ‘동양챔피언’의 꿈을 향해 계속 달리는 명란, 그리고 각자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1번가’ 사람들...

서로간의 묘한 유대감을 쌓아가면서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필제는 과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인가? 임창정과 하지원은 ‘믿고 보는’ 배우다. 그만큼 연기를 잘 한다.

특히 임창정의 코믹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영화에서 더욱 주목했던 장면은 하지원의 복서 연기였다. 복싱은 자강불식(自強不息), 항상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쉬지 아니함’의 총체적 운동이다.

경기에 나가자면 체중감량은 기본옵션이다. 음식을 맘대로 먹을 수 없는 것도 커다란 고통이다. 지금이야 한 끼만 굶어도 쓰러질 지경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나도 ‘밥 먹듯 굶어가며’ 복싱을 배웠다. 소년가장 시절, 고향 역전바닥에서 ‘굴러먹는’ 팔난봉(가지각색의 온갖 난봉을 부리는 사람)의 이유 없는 구타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였다.

출간되는 나의 저서에도 나오지만, 결국 그는 복싱을 배운 나에게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고 그 세계를 떠났다. 사람은 누구나 운동을 한다. 운동은 신체를 건강하게 해주지만 정신까지 변화시킨다.

복싱은 일격(一擊)에 다운을 당한다. 그럼 끝이다. 내가 먼저 가격하지 않으면 패자(敗者)가 된다. 승자가 되려면 상대방의 주먹에 이어 눈과 마음까지 읽어야 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숱한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시종일관 의리파가 있는가 하면, 감탄고토(甘呑苦吐)의 비정한 사람도 이따금 도출됐다. 발김쟁이(못된 짓을 하며 마구 돌아다니는 사람)임에도 시치미 뚝 떼고 선비인 양 위선의 탈을 쓴 자도 경험했다.

일구이언(一口二言)을 밥 먹듯 하고, 면종복배(面從腹背)의 칼을 빼는 ‘간신’도 목격했다. 복싱을 배우면서 터득된 습관이 지금껏 남아 있다.

한 때는 간담상조(肝膽相照)의 사이였을지 몰라도 정작 배신하고 나면 등에 비수를 꽂는 비열한 자가 꼭 있었다. 뒷담화(남을 헐뜯는 행위. 또는 그러한 말)까지 무성하게 만들고 다니며 흉을 보는 자를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다.

일격으로 승부를 겨루는 복싱이 나를 그렇게 변화시켰다. 복싱이 등장하는 영화를 지금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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