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물 밥 한 그릇에 담긴 우리네 인생 이야기.
굽이굽이 아리랑 인생 고개를 넘어
오늘, 그들이 펼치는 흥겨운 난장 속으로...

▲ 사진=정선5일장 (KBS 캡처)

[뉴스에듀] 오늘(6월9일) 밤 11시5분에 방송될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강원도를 일으켜 온 힘, 정선 5일장의 72시간이 공개된다. 

가난’을 ‘축제’로 승화시킨 산나물 난장亂場

1966년 2월 처음으로 열린 정선 5일장은 매달 2일, 7일마다 열리는 2, 7장이다.
당시엔 곡식이나 생선을 팔던 보잘 것 없는 시골장이었지만, 1999년 관광열차가 운행되면서 전국 팔도에 이름이 나게 되고... 이제는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평일에도 열리는 상설시장이 됐다. 장이 서는 날엔 상점 230여 개에 노점만도 160여개가 서면서 흥겨운 풍경이 펼쳐지는데... 이 정선장의 백미는 다름 아닌 산나물! 봄날의 정선장은 이제 갓 산에서 따온 곤드레와 취나물, 곰취, 참나물 등의 초록 향기로 뒤덮이면서 그야말로 ‘나물 천국’을 이룬다. 사실 강원도 사람들에게 산나물은 ‘가난의 상징이었던 구황 음식. ‘웰빙’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어야 했던 산나물엔 지난하고도 애달픈 인생살이가 녹아 있다. 그 한 맺힌 음식들이 30년 세월을 넘어 이토록 흥겨운 음식이 될 줄이야! 장이 열린지 반세기만에 또 다른 인생 고개로 접어든 정선 5일장, 그 속에서 강원도를 일으켜 온 우리네 이웃들을 만나본다. 

추억의 시골장에서 만난 강원도의 힘, 그것은 ‘사람’이다.

정선 5일장의 하루 이용객은 무려 5천여 명! 장을 들르는 관광객이 주민 수의 반이다. 이곳에 무엇이 있기에 사람들은 정선 5일장을 찾는 것일까? 기찻길로만 4시간을 달려야 하고, 마트나 백화점처럼 규격화되어 포장된 물건도 아니고, 주섬주섬 비닐봉지에 넣어주는 나물들, 할머니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삐뚤빼뚤한 음식 재료들...그러고 보면 정선 5일장에서 파는 물건들은 소박하다 못해 투박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그처럼 소탈하고 무뚝뚝한 강원도의 멋과 매력이 이 안에 한데로 녹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유달리 춥고 외지고 농사도 힘든 땅. 정선 5일장에 가면 그 세월을 이겨온 ‘강원도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 10남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 하루 건너 산길을 올랐던 할머니의 산나물
정선장에서 50여 년 간 장사를 해 온 권순녀 할머니는 ‘악’ 소리가 난다는 빽빽한 강원도의 산골짜기가 마치 집 앞의 동산 같다. 수 세월 보릿고개가 닥칠 때마다 배고프다며 울고 부는 아들 딸 10남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이 산들을 숱하게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82세 된 지금도 산중을 오르며 곰취와 취나물을 캔다.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지금, 이제는 당신 자신의 평안한 황혼을 위해서다. 할머니와 함께 올라보는 아리랑 인생 고개 이야기. 

▶ 구만리 같은 인생, 함께 넘는 아리랑 고개
시장 한 켠의 쌀집 풍년 상회는 매일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곳을 아지트 삼아 밥도 해먹고 노래도 부르는 이 동네 할머니들 때문! 알고 보니 그속엔 깊은 속내가 담겨 있는데... 몇 달 전 하나뿐인 아들을 하늘로 보낸 쌀집 주인할머니, 그 곁에 머무르며 홀로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어지며 오르는 정선 할머니들의 진한 인심과 우정 이야기. 강원도 정선 사람들은 이렇듯 구만리처럼 험난한 인생 고개를 함께 보듬고 일으키면서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