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뉴스에듀] = 서울특별시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정민태(가명)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며칠 전에 해수욕장 가기로 약속한 것을 부득이한 사정으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해 미안하다” 면서 다시 해수욕을 떠나자는 연락이 왔다. 이 사람은 내가 지난해 중국관광(백두산) 에서 알게 된 나보다 인생의 선배이다.

전화를 받고 이틀 후에 만나서 단 둘이 1박2일 동안 서해 바닷가로 여행가서 피서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정씨는 해병대출신으로 보기에는 깍 말라 허약 체질의 노인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직도 건강하고 재빠른 동작에 기가 당당한 사람이다.

열차 내에서 정씨와 요즘 인터넷 동영상 등 여러 매체에서 보여 주고 있는 지하철 내에서 젊은 사람들이 노인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심지어는 상의를 벗어 저치고 덤벼드는 횡포의 동영상까지 등장하면서 물의를 빚고 있다는 이야기가 우연히 나왔다.

정씨는 “열차 내에서 그런 일을 만약 본인이 겪었다면 여러 고객들이 보는 앞에서 그처럼 젊은 불량배 같은 사람은 본보기를 확실하게 보여 주었을 것이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어서 해병대의 혹독한 훈련에 대한 이야기부터 살아온 추억속의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정씨는 “이 세상에서 두 부부보다 더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떤 고생을 많이 했기에 그런 말을 하느냐?“ 면서 대화를 유도해 내려갔다.

정씨는 ‘계란장사’를 30여년 이상을 해 오면서 온갖 겪은 수난과 역경 등을 헤쳐 온 체험담을 자연스럽고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그대로 이야기 하였다.

▼ 계란 장사를 30년 동안이나 하게 된 동기가 있는지?

“처음에는 농촌에서 양계장을 소규모로 시작하다가 정리한 후 돈 몇 푼을 손에 쥐고 상경하여 계란을 조금씩 도매점에서 구매하여 보따리 장사에서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 결국 평생의 직업이 된 셈이다.”

▼ 이렇게 발전하고 성공하게 된 동기라면?

“물론 보따리 장사로 골목을 다니면서 시작한 계란장사가 전국을 누비며 도매업까지 하게 됐고, 5층(지하, 옥상)짜리 건물도 한 채 장만하여 노후 대책까지 마련한 셈이니 나에게는 '성공했다'고 해도 어울리는 표현이지만, 다른 사람이 계란장사? 하면 비웃을 수도 있다”면서 겸손한 뜻을 밝혔다.

▼ 계란 장사를 하면서 일해 온 과정을 대략 소개 한다면?

"아시다시피 ‘계란장사’는 이익이 박한 장사로서 부지런해야 먹고 살 수 있는 노동의 수단이기 때문에 고생길에 접어들었다고 각오했답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머리에 계란을 조금씩 이고 다니면서 골목을 누비다가 결국 내가 자전거로 도와 가면서 소매점에 팔아 넘겼으며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요령도 생겨 10년 만에 오토바이를 구입했고 다시 소형 차량에서 몇 년 후 화물차를 이용하여 계란도매업으로 전환하여 대형마트까지 진출하게 되어 계란 업계에서는 제1인자로도 알려지게 되었다“

▼ 세상에서 가장 많은 고생을 했다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고생이란 말로 다 표현 할 수가 없어요. 새벽 4시면 보통 일어나서 일하기 시작하며, 밤 12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와 잠을 이울 수 있는 힘든 직업이어요. 이렇게 새벽부터 밤늦도록 아내와 나는 눈이오나 비가 오나 사계절 동안 화물차를 가지고 먼 지방의 양계장을 찾아서 계란을 차에 싣고 오면 그것을 모두 판매해야 한다.”

▼ 계란 장사를 30년 동안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가 있다면?

“하루는 평소처럼 계란판을 10줄씩 3층으로 화물차량에 적재하여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약간의 커브도로를 도는 순간 계란을 묶은 밧줄이 터지면서 1층을 제외한 나머지 2층과 3층의 철판위에 실어 둔 계란이 고속도로 위를 덮었으니 얼마나 놀란 줄 몰라요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생생하다.

도로교통법 상 규정대로 라면 처벌 대상일 뿐만 아니라 벌금까지 내도록 되어있는데 당시 고속도로(高速道路)순찰대에서 경찰관이 나와서 이를 지켜보고 놀라며 바로 기계작업으로 바닥을 깨끗이 정리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 경찰관 아저씨들은 계란 빈상자 등을 주어서 차에 실어 주기도 하였어요. 당시 우리 계란장사 두 부부의 초라한 모습을 불쌍히 여겼던지 위로와 용서로서 오히려 도움을 주었다.

그런 후에 한 번은 시골마을의 골목길로 차를 몰고 들어 가 계란을 싣고 나오는데 장마로 인해 패인 구덩이의 좁은 길이 무너져 내려 앉아 차의 뒤 바퀴가 빠져 나 올 수 없게 되어 애를 타고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이 모여와서 우리를 도와주어 간신히 나온 적이 있었어요. 또 한 번은 계란을 싣고 온 자동차의 앞바퀴가 펑크가 나서 절벽에 걸쳐 있어 문도 안 열렸지만 다행히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황급히 출동한 정비차량에 의해 바퀴를 끼우고 도움을 받아 운 좋게 변을 면하게 됐다

▼ 좌절한 때와 실망한 일이 있었다면?

“ 주로 대형마트에 계란을 대량으로 납품해 왔는데 한번은 한 달 마감 결재일이 되어 수금을 하러 갔는데 마트주인이 부도를 내고 도망을 했으니 청천벽력(靑天霹靂)과 같았다. 결국 수 천 만원에 가까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유사한 일이 자주 있지만 이런 알을 어디에 가서 하소연 할 곳도 없고 구제를 받을 방법도 없으니 소상공인들을 위해서 이런 문제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그동안 우리 두 부부는 많은 눈물로 세월을 보내기도 했으며 기도를 많이 했는데 은퇴기에 뜻이 다행이 이루어 지는 것을 보면서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 좋은 결과가 마지막에 온 다'는 것을 알수 있게 되었으며 지금은 작지만 빌딩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라며 기뻐했다.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해온 계란장사 두 부부의 노고를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많은 은퇴자들이 바라는 노후 대책까지 마련했다는 두 분에게 건강을 빌며,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