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ramond 폰트와 times new roman 폰트 비교 (사진제공 = 코비즈미디어)

[뉴스에듀] 서울, 2014년 3월 30일 (코리아 비즈와이어) - 미국의 한 중학생이 제안한 '폰트(컴퓨터서체) 변경을 통한 국가예산 절감안'이 화제다. 미 피츠버그 소재 공립학교에 재학중인 수빌 미찬다니(Suvir Mirchandani, 14세)는 컴퓨터서체인 폰트 변경만으로 연방 및 주정부의 연간 예산을 4억 달러나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방정부의 경우 특정폰트로 대체할 경우 연간 1억 3,600만 달러나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수빌의 생각이다.

수빌이 주목한 서체는 여타 폰트에 비해 잉크를 '덜 먹는' Garamond 폰트다. Times New Roman 등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서체보다 좀 더 가늘기에 소모되는 잉크 양을 줄여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게 구체적 실험을 통해 입증한 수빌의 아이디어다. 물론 출력 시 디자인적 요소나 가독성 측면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은 있다. 수빌은 재학 중인 자신의 학교가 Garamond 서체로 변경할 경우 연간 잉크 사용량을 21% 줄여 학교예산도 2만 천 달러나 절감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미국의 대다수 공공기관들은 인쇄비용 절감을 위해 재생용지 사용권장이나 문서의 디지털화 이행을 추진 중이다. 미 정부간행물인쇄국(GPO)에 따르면 20년 전 하루 2만부에 달했던 인쇄물량은 현재 연방 공증문서와 의회 기록 자료 인쇄를 위해 현재 2천 5백부 정도를 출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폰트 변경을 통해 출력용지 소비량을 줄여 예산마저 줄일 수 있다는 수빌의 아이디어는 실제 효용성 측면에선 현실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자칫 놓치기 쉬운 일상의 한 단면을 포착해 학교와 주정부, 국가 예산에까지 변화를 미칠 수 있는 제안으로 승화시킨 '관찰의 힘'이 미 언론의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

수빌이 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건 학교수업의 일환인 한 과제에서 시작되었다. 영어 폰트 중 많이 쓰이는 Times New Roman을 비롯해 Century Gothic, Comic Sans, 그리고 Garamond로 동일한 글자를 인쇄한 뒤 해당 출력용지의 무게를 다는 방식으로 잉크소비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Garamond 폰트 사용 시 다른 글자체를 사용했을 때 보다 잉크가 적게 소모된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Garamond 폰트는 서체 중에서도 역사가 오래 된 서체 중 하나로 16세기에 활동한 프랑스의 한 출판업자인 Garamond(1490~1561)가 개발했다.

수빌은 이 같은 실험결과를 담당 교사인 피터 핀코(Peter Pinko)와 공저로 JEI(Journal of Emerging Investigators)에 게재했다. JEI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각종 실험이나 연구결과 논문을 게재하는 일종의 학술지로 2001년 하버드대 대학원생들이 만들었다. 일반 학술저널과 동일하게 심사과정을 두며 대학원생들이 이를 맡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컴퓨터서체로 쓰이는 폰트는 컴퓨터의 역사만큼이나 급속한 진화를 겪었다. 정보컨설팅업체인 코비즈미디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애플은 1984년 1월, 매킨토시 컴퓨터를 세상에 처음 공개하며 256개의 서체만으로도 컴퓨터 서체를 표현하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외 폰트관련 커뮤니티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폰트는 10만 개 이상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양한 디자인의 폰트가 개발되며 이를 둘러싼 저작권 침해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하지만 저작권법에 따르면 폰트 도안 자체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며, 폰트 파일만 보호대상이 된다. 폰트 자체는 저작물이 아니지만, 폰트를 만드는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 저작물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TTF(True Type Font) 파일만 쓰지 않으면 저작권법은 침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