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황혼, 지하철 노인택배 72시간. 사진 = KBS '다큐 3일'

[뉴스에듀] 노년을 아프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병든 몸만큼이나 서러운 것은 설 곳을 잃어가는 자신의 존재가 아닐까?

지하철 2호선과 인천·수원을 오가는 1호선이 만나는 곳, 신도림역.

하루 평균 50만 명이 오가는 신도림역에 작은 가방을 메고, 휴대 전화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뭔가를 기다리는 노인들이 있다. 주름진 얼굴의 이들은 지하철 노인 택배원.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무임승차카드를 이용해, 지하철을 자유롭게 타고 다니며 배달을 한다. 출장길에 두고 온 여권에서부터, 꽃바구니, 공장부품, 그리고 값비싼 보석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배송한다.

전직 대학교수, 공기업 간부, 목수, 슈퍼마켓 주인 등 젊은 시절 서로 다른 일을 했지만, 지금은 총 연장 985km 에 달하는 수도권 전철 노선을 누비며, 하루 평균 2만 보를 걷는 고된 일을 똑같이 하고 있다.

신입이든 노련한 경력자든 밥 한 끼 마음 편히 먹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 시간에 쫓기는 노인 배송원들은 승강장 구석이나 전철 안에서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운다.

지하철 택배 일이 고생스럽지만 이를 고집하는 노인들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직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내 손으로 돈을 번다는 자부심,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들에게 용돈을 쥐어주는 기쁨이 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한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하다, 은퇴 후 빈 둥지가 되어버린 우리 시대 아버지. 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는 지하철 노인 택배원들의 발걸음을 따라간 3일이다.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소박한 기쁨을 찾은 지하철 노인 택배원들의 3일을 소개한다.

사진 = KBS '다큐멘터리 3일' 29일(일) 밤 11시 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