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밝게 하는 작은 차이 1  버스 기사님의 친절

며칠 전 나는 홍제3동 동주민자치센터에 가기 위해 마을버스를 타게 되었다. 주민 센터가 거의 종점 부근이라서 버스 안에는 손님이 나 혼자뿐이었다.

골목으로 들어서면서 나는 내릴 준비를 하면서 “동사무소에서 내려 주실 수 있나요?”하고 물어 보았다. 기사님은 백미러를 통해서 나를 보면서

“지하실로 들어가실 거예요, 1층으로 가실 거예요?” 하기에 나는

“아무데나 되지만 1층으로 들어갈게요.” 하였더니 버스를 지하실 문 앞을 지나서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다가 친절하게 대주는 것이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하여서 내리면서 저절로 축원이 나왔다.

“감사합니다. 복 받으십시오.” 하였더니

“감사합니다.” 하면서 떠났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었다. 아직은 걸음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여서 이렇게 친절하게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그것도 들어가기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대어 준 것이니 얼마나 친절한 기사님이신가?

그런데 바로 오늘 또 똑 같은 방형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역시 차 안에는 나 혼자만 달랑 앉아 있었다. 기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미리 부탁을 드렸다.

“동사무소 앞에서 좀 내려 주실 수 있나요?”

“..................”

아무 대답이 없으니 어찌 하려나 싶어서 일단 앉아 있었다.

평상시에 버스 정류장인 동성교회 앞에서 차가 멎었다. 다음은 오동나무 앞이라고 방송을 하였으므로 아마도 여기 내려야 하나보다 싶었다.

“여기 내려야 해요?”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윽 문이 열린다. 마치

“잔소리 말고 어서 내려!” 하는 명령이라도 듣는 것처럼 기분이 언짢았다.

일단 물었으니까 대답쯤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아무 대답도 없었다. 문이 열렸으니 내리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듯하여서 부득이 차에서 내렸다.

꼭 같은 장소를 가기 위해 같은 번호의 마을버스를 탔지만 이렇게 달랐다.

결코 내가 대접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묻는 말에 대답은 해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명색이 서비스업인데 이렇게 불친절하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어제의 기사님처럼 친절하게 내려 준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 일이다. 버스를 두 번 세운 것도 아니고 다만 좀 더 가까이 대어 주어서 편하게 해준 것뿐이다. 그렇지만 내가 느끼는 느낌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작은 차이로 세상을 바꾸어 가는 힘이란 바로 이런 작은 정성과 친절에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