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 A씨(남, 48세)는 세 자녀를 둔 평범한 직장인이다. 큰 아들은 대학생, 둘째 아들은 고등학생 그리고 막내 딸은 이제 갓 학교에 입학한 초등학생이다. 늦둥이 막내는 가슴으로 품은 딸이다.

그런데 특별할 것 없던 A씨의 가정이 최근 극심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난데없이 A씨가 자녀를 상습폭행하는 폭력 아버지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A씨가 자녀를 상습폭행했다고 판결을 내린 사람은 다름아닌 둘째 아들의 학교 담임교사였다.

A씨의 둘째 아들 B군은 서울 송파구 모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다. B군은 지난 5월 중간고사 시험이 있던 날 학교에 3분 늦게 등교했다. 이 사실을 몰랐던 A씨는 그로부터 20여 일이 지나 학교 담임교사로부터 아들의 ‘무단지각’을 전화로 통보받았다.

A씨는 다음날 학교를 찾아가 담임교사, 교감 그리고 교장과 면담했다. A씨는 “아들이 고등학교에서 보는 첫 시험이라 긴장했는지 시험 전날부터 몸이 매우 아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무단지각’을 ‘질병지각’으로 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날 A씨는 교장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다. 학부모로서 학생을 위해 자존심도 체면도 모두 버렸다. 하지만 담임교사, 교감, 교장은 서로 결정권이 없다며 일축했다. 결국, A씨는 그들에게 행정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학교를 나왔다. 그것이 화단이 된 것이다.

예상치 못한 A씨의 적극적인 행동에 당황했는지 담임교사와 교감은 부랴부랴 수업 중인 B군을 교무실로 불렀다. 지각 당일 “등교시간을 착각했다.”라고 진술서를 쓰게 했다. 그날 학교는 3학년 학생들이 시험 치르는데 방해가 된다며 1·2학년 학생들은 평소와 다르게 10시 20분에 등교시켰고 B군은 10시 23분에 등교했다.

또한, 담임교사는 상담 중에 A씨가 “내가 어제 아이를 많이 혼냈다.”라고 내뱉은 말을 근거로 B군에게 진술서 작성을 요구했다. 담임교사는 “아빠가 화가 많이 났더라. 오늘 집에 가면 많이 맞을 것 같다”며 “어제 몇 대를 맞았니?, 어떻게 어디를 맞았니?, 아버지가 술을 드셨니?”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에 B군은 아버지가 손과 발로 자신의 머리와 얼굴을 1시간 30분 동안 때렸다고 썼다.

이 부분에 대해서 A씨는 담임교사가 진술을 강요했고, 아들은 어쩔 수 없이 거짓으로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담임교사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A씨는 자식에 대한 가벼운 체벌은 인정했다. “아들이 평소 담임교사에게 얼마나 밉보였으면 고작 3분 지각을 무단지각으로 처리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혼을 냈다고 했다. 그렇다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담임교사의 주장은 과도한 상상이라고 A씨는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학교 관계자가 학생에게 진술서를 강요한 이유를 법적 분쟁에 대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의 이러한 주장이 일방적인 것은 아니었다. A씨가 들려준 교감과의 전화통화 녹음내용에도 이 대목이 실제 언급되고 있었다. 학교 교감은 A씨가 지각처리를 바꿔 달라는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하여 법적 대응이 필요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현재 담임교사, 교감 등 학교 관계자들은 아버지로부터 폭행당하는 학생을 발견했을 때 학교에서 취해야 할 정당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학교 측은 신고나 전문가 상담 등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나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학교가 학사관리에 이의를 제기하는 아버지를 굴복시키기 위해 아버지를 폭력범으로, 아들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으로 몰아간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어느 날 갑자기 담임교사가 학생을 교무실로 불러, 아버지의 폭력사실을 폭로하게끔 회유하려면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담임교사는 그동안 B군에게서 외관상 상처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전날 1시간을 넘게 손과 발로 얼굴을 맞았다고 진술한 당일조차도 얼굴에는 상처가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담임교사는 A씨가 학교를 방문한 날에서야 A씨의 폭력사실을 의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담임교사는 아버지인 A씨가 B군을 상습폭행했다고 단정하고 긴급히 교사 회의까지 열었다. 여러 교사들 앞에서 B군을 아버지에게 매 맞는 불행한 학생으로 소개했을 것이다.

더욱이 담임교사는 학교 상담전문교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상담전문교사를 통해 학생이 받을 심신의 고통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심리테스트 등을 거쳐 아버지의 폭력 여부를 진단했어야 했다. 이후에 조치 역시 상담전문교사의 소견에 따라 진행했어야 옳았다.

A씨는 현재 이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정식으로 제소한 상태다. 진정서에 첨부된 B군의 진술서에는 당시 담임교사와 교감의 억압적인 말투와 무서운 표정 때문에 거짓말했다고 적혀있다. 3년 동안 학교에 다녀야 하는 학생으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출처 = 한국언론사협회 한국인권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