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 나라 안팎이 소란스러운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에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나라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큰 어른의 리더십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이다. 어지러운 난국 속에 권력을 쥐려는 소인배들만이 난립할 뿐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갈기갈기 찢어진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아 그 생채기를 따뜻하고 부드럽게 감싸 안아 줄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겐 새로운 세종의 협치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은 건강한 사회로 가기 위해 세종대왕만큼은 아닐지라도 그에 버금가는 강력한 협치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물론 리더십은 정치권 몫만은 아니다. 지금은 재계의 건전한 리더십, 오피니언 리더의 책임 리더십, 하다못해 집안 가장의 협치 리더십 등 ‘리더십의 재무장’이 필요한 시대임을 절감하고 있다.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손꼽는 세종대왕은 소통과 협치, 창조와 도전, 배려와 상생, 백성을 위하는 위민(爲民)의 차원을 넘어 백성과 동고동락하는 여민(與民)의 즐거움을 실천한다. 구성원의 성과는 리더 혼자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사업이므로 구성원들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움직일 수 있어야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 조직이 국가라 해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한 나라의 리더는 피라미드의 꼭짓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조직 구성원과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낮출 줄 아는 자여야 한다. 자기를 낮추고 여민의 마음으로 조직을 이끌 때 비로소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이끌 수 있다.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더 높은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 준 세종대왕의 겸손과 배려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조선의 왕 가운데 세종대왕만큼 좋은 여건을 기반으로 왕위를 물려받은 임금도 드물다. 부왕인 태종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기반을 탄탄하게 다져 놓은 덕분이었다. 태종은 일찍이 셋째 아들의 영민함과 근면함, 자애로움을 알아보았다. 그래서 셋째 아들의 왕위 등극을 위한 준비 작업을 완벽하게 끝냈다. 첫째와 둘째 아들을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물러나게 하고, 공신과 외척 등 셋째 아들에게 위해가 될 만한 인물들은 사전에 축출했다. 제도를 재정비하고, 재정을 갖추고, 군사력을 방비하는 것 같은 국정운영의 기본 틀도 마련했다. 

강력한 통치자가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수록 신하들은 좀처럼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법일까. 국왕이 내리는 지시에만 익숙한 대소신료들은 왕권이 바뀌었음에도 입 열기를 여전히 두려워한 채 침묵하며 대세만을 좇을 뿐이었다. 등극 초기, 세종대왕이 가장 안타까워한 부분은 바로 이와 같은 신하들의 침묵이었다. 그는 이런 상태라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제대로 펴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라 안팎 정세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종대왕은 이런 관행을 고치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세종대왕은 무엇보다 신하들이 국정에 소신껏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어 주었다. 태조 때 23회, 태종 때 80회에 불과하던 어전회의를 세종대왕 때는 무려 1천 898회나 개최한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세종대왕은 회의 때마다 “경들의 의견을 말해보라”며 논리적 토론을 적극 유도했다. 그런 다음 세종대왕은 신료들의 직언과 건의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는 신하들이 국정에 참여하는 만큼 그들의 열성과 책임의식이 커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현군이었다. 

이처럼 세종대왕은 신하들의 말에는 귀를 활짝 열면서도 정작 자신은 입이 무거워 공식적 윤음이 아니고서는 발언을 길게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세종대왕은 신하들에게 의제를 주고서 “함께 의논하여 아뢰라”고 말한 뒤 토론과 건의 내용의 장단점을 이리저리 숙고한 다음 자신의 견해를 최종적으로 밝혔다. 경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세종대왕은 신하들의 직언과 비판이 칼날처럼 예리하고 아플 때에도 일단은 긍정적으로 수용하였다. 이를테면 ‘예, 그러나(Yes, but) 화법’으로써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 다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 신하가 뇌물 혐의의 황희를 파면하라고 요청하자 “네가 극진하게 베풀어 숨김없이 말함을 아름답게 여긴다. 그러나 황희의 일은 애매하니 파면할 수 없다”라고 대답한다. 겸손하되 결코 단호함을 잃지 않은 것이다. 

말이 쉽지 군주가 실제로 신하의 직언과 고언을 용납한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세종대왕의 협치 리더십은 정치인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모두가 똑바로 본받아야 한다. 군신공치(君臣共治)의 군주답게 신하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애민정치 구현에 힘썼던 협치 리더가 바로 세종대왕이다. 

필자는 지금 막 정철의 향기가 물씬 나는 명언 하나를 떠올린다.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 보라. 뉘 손에 태어났관대 모양조차 같을손가. 한 젖 먹고 길러 나서 딴 마음을 먹지 마라.” 같은 핏줄, 같은 민족로부터 나온 형제자매여! 모습이 서로 닮은 듯 다 비슷하다. 모두가 서로 살아가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만들어가자. 

글 : 이창호(李昌虎 55세)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