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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 인생에 부치는 편지 - 문금용 회고록
홍경석 교육전문기자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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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21  20: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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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TV=홍경석 교육전문기자] 한 여인이 집 밖에 앉아있는 긴 수염의 세 노인을 보았다. 다들 허기져 보였기에 음식을 대접하고자 측은지심(惻隱之心)에 집안으로 들어오시라고 했다.

노인들은 “우리들의 이름은 부(富)와 성공(成功), 사랑입니다. 그러나 한꺼번에 들어갈 수 없으니 한 명만 고르시죠”라고 했다. 남편과 상의하니 ‘부’를 초대하자고 했다. 아내는 의견이 달라서 ‘성공’을 불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석에서 부모의 말을 들고 있던 딸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사랑을 초대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러면 우리 집은 사랑으로 가득 찰 테니까요.” 이 말을 노인들에게 전하니 노인들은 우르르 집안으로 들어왔다. 여인이 놀라서 물었다.

“저희는 ‘사랑’이라는 노인 한 분만을 초대했는데 왜 함께 오시는 거죠?” 두 노인이 답했다. “만일 당신들이 부 또는 성공을 초대했다면 우리 중 다른 두 사람은 그냥 밖에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사랑을 초대했지요. 참으로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사랑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부와 성공이 함께 하니까요.”

책을 덮으려던 말미(末尾)에 이 대목을 만나는 순간, 필자는 무한 행복을 느꼈다. ‘맞아! 그리고 이 맛에 책을 보는 거야...’ 아울러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현명한 딸처럼 필자 역시 자타공인(自他共認)의 재원(才媛)으로 소문난 딸이 그리움의 무지개로 성큼 솟았다.

‘사랑이 제일’이라는 위의 글은 [내 인생에 부치는 편지 - 문금용 회고록](저자 문금용 &출간 행복에너지)에 등장한다. 한 권의 책은 사람을 너무나 행복하게 만든다. 이 책이 바로 그랬다.

‘내 인생에 부치는 편지’는 저자가 팔십여 년 평생의 인생역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저자는 불우한 가정에 태어나면서부터 십대 중반까지 늘 잔병치레만 하고 살았다. 특히 일곱 살 되던 해 초여름엔 이질에 걸려 삼복더위를 지나 넉 달 남짓 앓던 중 앉은뱅이까지 되어 사경을 헤맸다.

천우신조(天佑神助)로 되살아나긴 했으되 저자의 투병기간 동안 아버지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겨우 35세에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기구한 팔자에 홀로된 어머니는 한탄할 겨를도 없이 광주리장사로 삼남매를 기르셨다.

한겨울을 빼고는 맨발로 하루에 평균 30km를 걸어 다니시며 한 광주리에 70kg이나 되는 배(梨)까지 파셨던 어머니는 진정 ‘존경표 어머니’였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가난했어도 저자에게는 농사일을 비롯해 어떤 일도 시키지 않고 중학교에 다니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도록 종용했던 걸 보면 맹모 이상의 선각자이기도 했다.

저자는 늦깎이로 서른 살이 되어서야 체신부 임시직에 취직되면서부터 공직에 입문한다. 각종의 희로애락(喜怒哀樂)과 삶에서의 이전투구(泥田鬪狗) 등이 강물처럼 범람하면서 저자의 삶에 많고도 깊은 생채기를 냈다.

그랬음에도 저자는 굴하지 않고 정도만을 걷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토양이 저자를 공직생활 36년 근속(勤續)과 옥조근정훈장까지 수여하게 만들었다. 재직 중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탐독하고 이를 적극 실천하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결코 넉넉한 살림살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백혈병재단에 7,100만 원이나 기부한 저자의 고운 심성은 공직에 있을 당시 견지한 청빈(淸貧)에 더한, 진정 존경스런 실천에 다름 아니었다.

남들처럼 화려한 고관대작(高官大爵)의 높은 자리에 올라 가문을 빛내지는 못했다지만 시종일관(始終一貫) 부정을 범하지 않았으며, 조상의 명예까지 손상시키지 않았음을 적이 위안으로 삼고 있다는 토로는 새삼 저자를 다시 보게 만드는 동인(動因)이다.

이 책이 더욱 감동스러운 까닭은, 지난 세월의 기억 복원력이 실로 대단하여 차라리 탄복스럽다는 점이다. 필자보다 20년 이상의 ‘선배님’이심에도 ‘여생을 얼마나 이어갈지는 모르되 사는 날까지는 겸손한 자세로 아름답게 살다가 고종명(考終命)하여 생을 마감했으면 한다’는 고백에선 새삼 유종지미(有終之美)의 아름다운 삶까지를 교훈으로 얻게 되었다.

저자는 강조한다. “나의 사랑하는 일곱 손자녀에게 특별히 유산으로 물려줄 것은 없다. 그렇지만 자랑스러운 할아버지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닫으면서 필자 역시 곰곰 생각에 골똘했다. 나는 후일 내 사랑하는 자손들에게 과연 어떤 편지를 부쳐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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