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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의 서평] 가을비 지나간 뒤
홍경석 교육전문기자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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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7  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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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TV=홍경석 교육전문기자] 다음 주면 아들(내외)을 만난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너무나 고생한 아들에게 술을 사주려고 가는 것이다. 아버지로써 아들을 향한 당연한 응원의 일환이다. 아들은 어제 SRT 동탄행 왕복 열차표를 가족 카톡으로 보내왔다.

거울을 보니 머리에 다시금 백발이 가득했다. 옻 안 타는 염색약을 꺼내 머리에 발랐다. 그러나 염색약은 역시 냄새가 고약했다. 향기 나는 염색약은 왜 없는 걸까...

[가을비 지나간 뒤] (저자 강돈희 & 출간 행복에너지)의 P.108에 <발명>이라는 글이 이와 부합된다. = “누가 좀 만들어다오 머리 파마 약 / 제발 좀 향긋하게 만들어다오 / 잠깐만 맡아도 시큰한 코 / 머리는 지근지근 저 역겨운 냄새를 없애다오(후략)” =

20여 일 간격으로 염색을 하는데 그때마다 곤혹스러운 게 바로 염색약에서 풍기는 악취다. 이 책에서 공감하는 부분은 부지기수다. 이번엔 P.168의 <무관심>이다.

= “읽지도 않네 보지도 않네 / 쓰지도 않네 관심도 없네 / 시간이 아깝네 손이 부끄럽네 / 눈이 아프네 마음이 병드네” = 저자는 어떤 억하심정(?)으로 이 시를 썼을까.

유추하건대 아무리 노력을 하여 걸작을 출간했음에도 이를 멀리하는 작금 현대인들의 독서 무관심을 그리 비유했지 싶다. 이 같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은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발걸음을 옮겨 이번에 <자식농사>(P.62)로 가보자.

여기서 저자는 내 맘대로 안 되는 것 중 제일은 자식농사라고 이실직고한다. 그러면서 형제자매가 많아도 우애가 돈독하면 바람 잘 날 없어도 좋다고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부자일지언정 자식농사에 실패하면 행복한 가난뱅이보다 불행한 법이다.

이 책『가을비 지나간 뒤』는 사진작가이자 시인인 강돈희 저자의 시집이다. 그는 벌써 일곱 번째 시집을 펴낼 만큼 노련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편안하게, 때로는 위트 있게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자신만의 깨달음을 전하려 한다.

언제나 새롭고 도전적이며, 독자에게 읽히는 것은 더욱 쉽게 접근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그의 시는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쉽게 읽힌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쉽게 읽힌다는 것이 쉽게 쓰이고 적당한 말로 얼버무린 시라는 뜻은 아니다.

강돈희 시인의 시는 곱씹어 볼수록 깊이가 있는 시라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시는 어렵다는 세인들의 평가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편안하고 쉽게 읽히는 시, 볼수록 가슴이 맑아지는 시가 주를 이루는 때문이다. 더욱이 사진작가스럽게 시와 균형을 이루는 사진은 또 다른 보너스로 다가온다.

시를 쓴다는 것은 수없이 번득이는 찰나의 감정을 잡아내어 수없이 고뇌한 끝에 정제된 단어의 배열과 고요한 가운데 불길처럼 번지는 의미를 심어 독자로 하여금 읽을수록 가슴이 맑아지는 글을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시, 시인의 고뇌 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시를 볼 때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맑아지고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시의 기능이며, 시가 있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시는 더욱 좋은 시에 틀림없다. 마치 술자리에서 가볍게 농담을 던지듯 슬쩍 다가오는 그의 시어는 마치 원래 곁에 있었던 것처럼 편안하고 쉽게 읽힌다.

일부러 형식을 차리거나 고상한 시어만을 고르지 않고 가볍고 편한 일상적인 시어가 그의 시를 이루는 때문이다. 하여 우리는 그의 시에 공감하며, 때로는 웃고 가볍게 읽어 넘길 수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가끔은 우리의 마음을 맑게 해줄 맑은 정화수 같은 시가 필요하다. 그래서 강돈희 시인의 시는 더욱 우리에게 달콤하게 다가온다.

그의 시는 짧은 감상과 긴 여운을 동반한다. 짧을 때는 한없이 짧게, 길어도 두 페이지가 넘지 않는 그의 시는 편안하면서도 진중하게 다가온다. 사진가로서의 삶을 먼저 살았기 때문일까, 그의 시는 여전히 시각적이며 선명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일으킨다.

가볍고 편안한 시어 속에 깃든 그의 서정성과 인생의 깨달음은 아흔다섯 편의 시 속에서 모래알갱이 속의 금가루처럼 반짝이며 우리를 새롭고 맑은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갱상일층루(更上一層樓) ... 이는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시 ‘등관작루登鸛雀樓’에 나오는 시구로 더 멀리 보기 위하여 누각 한 층을 더 올라간다는 뜻이다. 이처럼 더 높고 더 좋은 시가 있는 곳을 향해 한 층을 더 오르려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강돈희 시인의 보석처럼 고운 작품들을 만나보자.

지금 창밖으론 비가 풍족하게 내리고 있다. 저 비가 지나간 뒤엔 아들내외와 사돈어르신까지 뵐 터다. 벌써부터 입안엔 오랜 가뭄 끝의 단비 같은 감미로움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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