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신문=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오늘 아침에 야근을 마쳤지만 곧바로 귀가할 수 없었다. 필자가 논설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 언론사의 편집회의 때문이었다. 용의주도한 편집장께서는 샌드위치와 과일의 준비에 이어 커피 등의 음료까지 주문해 주셨다.

09시 30분에 시작된 회의는 11시 가까이 진행됐다. 집에 가서 눈을 좀 붙여야 하겠기에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났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야근이다. 이 글을 쓴 다음엔 다시금 목욕을 하고 출근을 서둘러야 한다.

컵라면과 봉지커피, 냉동밥의 준비는 기본옵션이다. 그래야 야근 때 고생을 덜 한다. [세상을 지배한 요리] (저자 이부춘 / 출간 행복에너지)는 지난 2011년에 발간된 책이다. 하지만 역사를 통틀어 고찰한 ‘요리 이야기’인 까닭에 지루하거나 식상하지도 않다.

이 저서는 영웅과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독특한 책이다. 고대의 진시황으로부터 덩샤오핑, 측천무후, 클레오파트라, 양귀비, 의자왕, 정주영, 조석래, 정몽준, 박지성, 김연아 등 92인의 ‘영웅들’이 즐겨온 음식들을 다룬다.

사람은 십인십색이다. 따라서 입맛과 그가 선호하는 요리 역시 천차만별이다. 이 책에선 ‘마오쩌둥의 돼지비계 껍데기’를 필두로 ‘연산군의 민물뱀장어 마늘백숙’에 이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을 낳아준 조선호랑이’가 충격의 망치로 다가온다.

‘백제 의자왕이 삼천궁녀를 녹이는 가을참새 세 마리 죽’과 ‘중국의 모듬요리 건륭황제의 만한전석’에선 사람은 먹는 음식도 갑(甲)과 을(乙)이 엄존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대그룹 회장들이 좋아하는 요리도 엿볼 수 있어 우리 집 식탁과 비교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하게 요리에만 국한하지 않는 치밀한 직조(織造)의 역사까지를 관통하고 있어 유익하다. 두 가지 사례만 소개하겠다.

몽골의 칭기스칸은 자국의 인구가 1백 만 명도 채 안 되었다. 그렇지만 1억이 넘는 인구를 정복하고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제국을 건설했다. 그러한 바탕엔 ‘보르츠’라는 ‘신의 한 수’ 음식이 있었다.

몽골인들의 주식인 양 한 마리를 잡아 ‘보르츠’를 만들면 무게는 3~4kg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는 자그마치 한 달을 먹을 수 있는 ‘전투 식량’이었다.

그들은 이를 무기로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제국을 넓혀나갈 수 있었다.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막강한 권력자였다. 허나 그의 딸 스베틀라나는 망명까지 하면서 그의 체면을 크게 구겼다.

“아들을 낳는 일이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겠다.”고 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특수부대까지 만들어 조선의 호랑이 씨를 말렸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무기로 연일 보복과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무얼 먹었기에 그처럼 ‘발광’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긴 하되 일본인들의 습성은 우리를 과거의 식민지 사관으로 간주하면서 아예 을(乙)로 깔보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된장찌개와 국수를 좋아한다. 오늘 야근 때는 또 컵라면을 먹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물론 정력적 요리는 아니다. 다만 신토불이 청양고추를 듬뿍 넣은 된장찌개라면 기운이 펄펄 솟는다.

당면한 일본과의 무역 전쟁이 우려스럽긴 하다. 그러나 지레 겁먹을 건 없다. 비록 만한전석은 못 먹을망정 삼계탕과 전복죽으로 기운을 내어 기필코 이겨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