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신문=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며느리의 출산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그래서 어제는 보문산의 모 사찰을 찾았다. 염쳔더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지의 한국인답게 108배(拜)를 시작했다.

불과 10배를 갓 넘길 무렵부터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30배를 넘기면서는 아예 눈앞조차 보이지 않았다. 땀이 머리에서 발원하여 이마를 지나선 마치 폭포처럼 변한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의 염원은 한결 같았다.

‘부처님, 우리 며느리가 친손자를 건강하게 순산할 수 있도록 부디 널리 보살펴 주소서!’ 내가 불자이긴 하지만 108배는 사실 자주 하지 않는다. 다만 무언가 간절함이 필요할 경우에 한다.

그 첫 번째는 신혼여행으로 충북 보은의 속리산을 찾았을 때다. 법주사 법당에 무릎을 꿇고 108배를 시작했다. ‘부처님, 우리부부가 비록 수저 두 벌로 시작하는 참으로 빈곤한 살림이긴 하되 백년해로할 수 있게끔 도와주십시오!’

덕분에 우리는 40년 가까이 잘 살고 있으니 이게 다 부처님 은공이라 믿는다. 다음으로의 108배는 아들이 대입 수능늘 보던 날이었다. 이어 딸이 수능을 치를 적에도, 올 1월 외손녀의 출산을 앞두고도 사찰을 찾았다.

얼마 전, 취재를 나가 모 교수와 인터뷰를 했다. 취재 전에는 그 교수의 저서를 구입하여 읽었다. 매일 아침마다 108배를 시작하며 하루를 연다고 했다. “지금도 만날 108래를 하십니까?” “그럼요.” ‘......!’

최근 일독한 모 작가의 책에서도 저자는 만날 108배를 하는데 건강에도 여간 좋은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럼 나도 그렇게 해볼까?’ 말은 이렇게 하지만 108배를 항상 한다는 건 보통의 정성과 실천이 담보되는 게 아니다.

더욱이 나처럼 야근(夜勤)이 주근(晝勤)보다 두 배 많은 직업을 가진 경우엔 작심삼일(作心三日)이자 사상누각(砂上樓閣)일 수도 있는 때문이다. 이틀 연속 야근을 마친 다음날 귀갓길은 그야말로 소금에 푹 절여진 파김치가 된다.

심지어 하차해야 하는 정류장조차 지나쳐 비몽사몽(非夢似夢)으로 겨우 내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여간 언젠가 가수 김흥국 씨(그는 나와 같은 59년생이다. 그래서 아마 ‘59년 왕십리’라는 노래도 낸 바 있지 싶다)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2002배, 이어선 무려(!) 3,000배까지 하는 모습을 봤다.

실로 충격이었다, 아, 믿음이란 바로 저런 거로구나...! 힘겹게 108배를 마치자 아내가 손수건을 주었다. “여보, 108배 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우리 맛난 거 먹으러 갈까?” 사찰의 인근에 소문난 음식점으로 갔다.

그 식당에서 세수부터 한 뒤 소고기 샤브샤브와 야채를 먹으니 비로소 방전된 기운이 충전되는 듯 했다. “출산 뒤 우리 며느리와 아들, 그리고 친손자에 이어 딸과 사위, 서아(외손녀)도 모두 불러 여기서 배 터지게 먹어 봅시다.” 아내의 주장에 금세 동의했음은 물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