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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서평] 익어가는 우리들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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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9  15: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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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신문=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가을이 익어간다. 매미소리가 멈추더니 그 공백을 귀뚜라미들이 채웠다. 가을은 참 좋다. 또한 가을은 참 예쁘다.

그래서 가수 박강수는 “가을은 참 예쁘다 하루 하루가 / 코스모스 바람을 친구라고 부르네 / 가을은 참 예쁘다 파란 하늘이 / 너도 나도 하늘에 구름같이 흐르네~”라고 찬미했다. 가을이 예쁜 또 다른 까닭은 익어가는 때문이다.

‘익다’의 사전적 의미는 다양하다. ‘열매나 씨가 여물다’ 외에도 ‘고기나 채소, 곡식 따위의 날것이 뜨거운 열을 받아 그 성질과 맛이 달라지다’에도 부합된다.

‘김치와 술, 장 따위가 맛이 들다’에도 적합하며, ‘사물이나 시기 따위가 충분히 마련되거나 알맞게 되다’에도 부합한다. [익어 가는 우리들]은 2017년, 60회 졸업생을 배출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서신중학교가 이를 기념하고자 전 학년 학생들의 보석 같은 글을 모아 펴낸 독특한 책이며 도서출판 행복에너지가 출간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서신중학교에서 학교 단위의 문집으로 만든, 서신중학교 교육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친구들과 놀기 바빴던 기억, 착실한 생활 속에서 소소한 일탈로 기뻐했던 기억, 어린 마음에도 사뭇 진지하게 사회를 바라보았던 생각들, 수업 중에 보았던 책에 대한 감상, 학교 밖의 활동을 하며 겪었던 모든 일들을 글로 써서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하나의 책으로 엮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서신중학교는 60회 졸업을 맞이하여 이런 학교문집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책장을 넘기면 다가오는 학생들의 생각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한 사고의 크기를 보여준다.

또한 어려서, 중학생이라서, 아직 깊고 다양한 교육을 받지 않아서 생각이 얕을 것이라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학생들은 간단한 시 한 편에 자신의 생각을 고도로 함축하여 표현하거나 하나의 책을 함께 읽고도 수없이 다양한 생각을 쏟아내며 화려한 생각의 축제를 한껏 벌이는 때문이다.

이 책에서 필자의 눈길을 포박한 글은 많다. 이를 모두 열거할 순 없기에 두 개만 추린다. 우선 <꿈>을 쓴 1학년 김은지 양의 글이다.

= “나의 꿈은 무엇일까? ...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어. 하지만 직업은 하나만 골라야 하는 걸... 그래! 잘하는 것을 골라보자!!(후략)” =

사람은 모든 걸 다 잘할 수 있는 전지전능의 신이 아니다. 필자만 하더라도 집에서 못 하나를 제대로 박을 줄 모른다. 반면 글쓰기와 술 먹는 건 잘한다.(^^;) 아무튼 김은지 양이 잘하는 것을 골라 그 길로 성공하길 응원한다.

다음으론 <가난한 사람은 게으를까?>를 쓴 2학년 윤은혜 양의 글이다. = “우리나라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늘고 있다. 그 이유는 물가가 오르면서 가난해지고 있기 때문이고, 또 가난은 그 사람의 잘못도, 그 사람이 게을러서도 아니다.(후략)” =

현 정부 들어 시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소위 ‘소주성’은 실패했다. 자영업자들은 몰락으로, 알바 학생들은 일자리마저 사라졌다. 그럼에도 정부에선 여전히 이를 부인하고 있다.

미래의 자산인 학생들은 일부 정부 고위직 인사와 교육감의 자녀교육 편법과 자기 자녀만 자사고, 이른바 ‘특목고’에 보내는 이중성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필자는 이 글을 지금 시간, 새벽 3시 전부터 쓰고 있다. 게으른 사람이라면 이 시간에 결코 눈을 뜨고 글을 쓸 리 없다. 그럼에도 사는 건 늘 그렇게 가난하니 윤은혜 양의 주장이 맞는 셈이다.

이 책의 끝 무렵에 정미애 교감 선생님의 <나는 오직 교사가 되고 싶었다>가 등장하는데 실로 의미심장한 구절이 있어 소개한다. “오직 교사가 되고 싶었던 나에게 좌절은 배부른 고민이었답니다.” => 와~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좌절(挫折)은 포기(暴棄)와 동격이다. 학생들이여~ 어떤 일이 있어도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라. 이 책을 보고 다시금 용기를 다져라. 그러면 귀(貴) 학생들의 삶은 만추의 홍시처럼 더욱 탐스럽게 익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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