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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연작수필] (67) “기자님, 왜 우세요?”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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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2  18: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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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The Reader)]

[뉴스에듀신문=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The Reader)는 2008년에 선보인 영화다. 미국과 독일의 합작으로 비밀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버리려는 여자와 사랑으로 그 비밀을 지켜주려는 남자를 그렸다.

10대 소년 마이클은 우연히 30대 여인 한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마이클이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던 한나는 어느 날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한나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던 마이클은 법대생이 되어 8년 후 우연히 피의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 한나를 보게 된다.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한나와 또 다시 20년의 이별을 맞아야만 한다.

그 후 10년간 한나에게 책을 읽은 녹음 테이프를 보내면서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사랑은 너무나 큰 비밀을 감추고 있었는데…

과거에 비디오를 빌려다 보자면 제일먼저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불법 비디오...”라며 겁을 줬다. 여기서 말하는 호환(虎患)은 ‘호랑이에게 당하는 화(禍)’를 말한다. 마마(媽媽)는 전염병이었던 ‘천연두’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었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병탄한 뒤 해로운 짐승을 민간으로부터 없앤다는 구실을 내세워 한국 호랑이의 씨를 말렸다. 2015년에 개봉된 최민식 주연의 방화 [대호(大虎)]를 보면 조선 최고의 전리품이었던 호랑이 가죽에 매혹된 일본 고관들의 작태가 드러난다.

[더 리더] 외화를 단순히만 보자면 30대 여인과 1대 소년의 말도 안 되는 불륜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게 화두가 아니라, 문맹(文盲)에 대한 거북함과 두려움을 절실히 느낀 여인 한나에 초점을 맞췄다.

문맹(文盲)은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름, 또는 그런 사람을 말한다. 소위 ‘까막눈’이라고도 한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그러한 까막눈이 많았다. 주렁주렁 달린 자식들과 먹고 살자면 배운다는 건 사치였기 때문이다.

[제2회 대전광역시 문해 한마당]이 9월 3일 10시부터 한밭체육관에서 열렸다. 나처럼 베이비부머 세대, 혹은 그보다 훨씬 연장자인 어르신들께서 만학(晩學)으로 공부하신 결과물을 이날 모두 공개하는 실로 뜻 깊은 자리였다.

개회사에 이어 환영사, 축사와 시상식, 문해의 달 선포 세러머니가 뒤를 이었다. 11시부터 시작된 <제2회 문해 골든벨>은 100명의 패기 넘치는 청소년들이 50문제에 도전하는 퀴즈 프로그램인 KBS 1TV의 <도전! 골든벨>을 벤치마킹했다.

점심식사 후엔 댄스타임과 명랑운동회가 포복절도의 즐거움으로 이어졌다. 장기자랑과 축하 공연 및 레크레이션 역시 박수갈채의 집합이었다. 나는 그날 열린 문해 한마당에서 가장 압권으로 <제2회 문해 골든벨>을 꼽았다.

예전에 <퀴즈 대한민국>과 <우리말 겨루기>에도 출전한 전력이 있다. 그래서 잘 아는데 우리말은 정말 어렵다! 그날 역시 ‘햅쌀’을 ‘햇쌀’로 오기하여 낙방한 분들이 많았음은 이런 주장의 증거다.

또한 ‘해돋이’를 발음 그대로 ‘해도지’로 쓰신 분도 보였다. ‘세숫대야’ 역시 어렵긴 매한가지였다. ‘식혜’와 신발 ‘한 켤레’ 역시 알쏭하다로 몰고 가는 단초로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제2회 문해 골든벨>에서 대상(大賞)인 ‘세종대왕상’은 대전늘푸른학교 중학교 과정 3학년으로 공부하시는 50대 주부 김00 님이 수상하였다. 수상 후에 그분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도중, 지난 시절 너무나 가난했기에 중학교를 갈 수 없었다는 말씀이 나왔다. 순간,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그만 나 역시 뭉클하면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인터뷰를 하면서 정작 인터뷰이보다 더 오열하는 기자를 본 김00 님과 자리를 함께 한 동료들이 더 당황했다. “기자님, 왜 우세요?”

가난했기에 중학교라곤 문턱도 넘을 수 없었다. 문맹이 정말 부끄러웠다. 그래서 십만 권의 책을 읽었다. 그러자 비로소 문맹의 어두운 먹구름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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