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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서평] 꽃으로 말할래요 임영희 제4시집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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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29  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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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신문=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귀엽고 아주 쬐끔한 꽃이 애기별꽃입니다. / 들길 논둑길 어디서나 예쁘게 웃고 있는 손톱보다 작디작은 꽃 애기별꽃 사랑스러워라 / 들길을 걷다 만나면 한참을 곁에 앉아서 들여다보기도 하였지요 / 그 작디작음이 가슴 어려서 이름도 모르던 작고 귀여운 애기별꽃... / 이제 너의 이름을 불러주리라 사랑의 애기별꽃 새하얀 미소로 대답하려무나 애잔한 애기별꽃 / 너를 사랑하리라 사랑하고 있노라 나의 애기별꽃... ” =

[꽃으로 말할래요 임영희 제4시집] (발간 행복에너지) P.22~23에 등장하는 <애기별꽃>이라는 시다. 이 시를 접하는 순간, 사랑스런 손주가 떠올랐다. 제 아빠와 엄마를 빼닮은 손자와 손녀...

굳이 가족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고루한 수사의 표현이 아닐지라도 할아버지의 손주 사랑은 당연한 것이다. 오늘은 녀석들이 또 얼마만큼 자랐을까!

이 책이 특이한 건, 무엇보다 꽃(花)이라는 독특하고 단일한 주제를 가진 160여 개의 시로 이루어진 유일한 시집이라는 점이다. 장미, 아이리스, 애기별꽃, 노루귀꽃, 진달래꽃… 각기 다른 외견과 색깔, 향기를 가진 다양한 꽃들을 풍성한 감성으로 담아 낸 시어들 속에서는 꽃향기가 무릉도원(武陵桃源)처럼 가득하다.

또한 ‘꽃’이라는 상징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순수한 갈망이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폭발할 듯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꽃들이 가진 제각각의 특징을 예리한 관찰력과 창의력으로 새롭게 드러내는 시인의 시선은 ‘모든 꽃들을 사랑하는 마음’이자 순수한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깨끗한 시선이다.

이 책이 더욱 푸짐한 까닭은, ‘꽃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았다니..!’라는 놀라움과의 만남이다. 시는 ‘문학의 꽃’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특히 정갈하고 절제된 언어로 인생의 단면을 노래하는 장르가 백미다.

간혹 “나는 시를 몰라.” 내지 “시에 관심이 없어.”라고 냉담해 하는 이도 없지 않다. 이런 독자들을 위하여 시인은 <며느리 배꼽풀>로 잠시 웃고 가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정류장까지 만들었다.

= “며느리 배꼽을 누가 보았을까 참으로 재미있는 야생화의 이름 / 나는 보았네 며느리의 배꼽 꽃을.../ (중략) 그 옛날 불쌍했던 며느님이여 이제 그 한 푸시옵소서... / 요즘 며느님은 배꼽 다 내놓고 다녀도 흉보는 이 없다오!” =

세상이 변모하여 이제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봐야 한다. 며느리에게 밉보이면 아들도, 손주도 안 온다. 사람은 십인십색(十人十色)이다. 좋아하는 꽃도 그렇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피는 꽃은 모두 아름답다.

그러므로 “당신은 꽃 중에서 무슨 꽃을 제일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은 우문(愚問)이다. 만약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모든 꽃을 좋아한다”라는 현답(賢答)을 건네주라.

이 책의 P.128~129에 <내 사랑 능소화>가 등장한다. 그래서 말인데 모든 꽃을 좋아하는 가운데서도 유독 내가 사랑하는 꽃을 꼽자면 단연 능소화(凌霄花)다. 목련(木蓮)은 세상에 꽃을 피울 때 그보다 아름다운 꽃이 없다.

하지만 막상 꽃이 떨어질 때는 ‘목련보다 추한 꽃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최후가 비참하다. 이에 비하면 능소화는 대단하다! 이 꽃은 과거 조선시대엔 양반들의 전유물이었다.

‘양반꽃’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양반들의 사랑을 받았던 까닭이 있다. 봄비에도 허무하게 스러지는 대부분의 꽃들과 달리, 궂은 장마에도 꿋꿋한 모습이 양반과 선비들의 매서운 절조(節操)와 기개(氣槪)를 닮았다고 본 때문이다.

그래서 여염집에서 이 꽃을 키우다가 발각이라도 되는 경우엔 관가에 끌려가 곤장까지 맞았다.

임영희 시인은 1970년 초에 시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제1시집 『구슬빽과 허리띠의 의미』(1972년), 제2시집 『목련이 피던 아침』(1981년)을 내놓으며 동인지 『진단시』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해 왔다.

이번 임영희 제4시집 [꽃으로 말할래요]는 제3시집 『그리워 한다고 말하지 않겠네』에 이은 역작이다. 곧 만화방창(萬化方暢)의 봄이 찾아올 것이다. 그 전에 미리 이 책을 접하며 봄맞이를 하는 건 어떨까. 꽃들과 대화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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