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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서평]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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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2  2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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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신문 =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언젠가 동창 모임이 있을 때였다. 처음으로 동창회에 나온 친구가 물었다. “너는 직업이 뭐냐?” 당시 나는 비정규직 세일즈맨이었다.

기본급은커녕 건강보험료 지원조차 전무한 직장이었다. 그럼에도 감지덕지(感之德之)하며 다녔던 것은, 나처럼 불학의 무지렁이로선 그나마 체질에 맞는 때문이었다. 더욱이 다른 직장처럼 학력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판매실적만 높으면 우대하는 사풍(社風)이 맘에 들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뛴 덕분에 매출은 항상 내가 톱이었다. 지금으로선 그야말로 ‘전설’로 치부될 만큼의 엄청난 실적까지 달성했다. 하긴 그랬기에 당시 살았던 동네에선 나만 유일하게 ‘자가용족(自家用族)’에 등극할 수 있었다.

아무튼 친구의 말에 거짓 없이 답했다. “0000에서 판매부장 하고 있다. 너는 뭐하니?” 친구는 교편을 잡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소 의외라는 듯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는 네가 최소한 의사 정도는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친구는 초등학교 시절 반에서 약간 상위권의 성적을 달렸음을 기억한다. 반면 나는 부동의 일등이었다. 한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만 인생에도 역전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 친구는 바쁘다며 먼저 일어났지만 그가 던진 말은 이미 ‘흉기’가 되어 내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홧술에 만취가 되었지만 평소 죽이 잘 맞는 친구들 몇과 2차 자리로 옮겼다.

“000이가 날더러 의사가 안 됐다고 다분히 흉을 보더라! 그것도 아예 대놓고.” 친구들의 위로주와 덕담이 꼬리를 물었다. “네가 어때서? 너만치 고생한 친구도 없지만, 그 누구보다 가정 경영과 자식교육에서도 ‘우등생’이었거늘.”

덕분에 잠시 얼어붙었던 마음도 금세 해빙(解氷)으로 치환될 수 있었다. 말(言)이라는 게 그런 거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달리 있는 게 아니다.

신간 [소중한 이와 나누고픈 따뜻한 이야기 -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저자 이창수 & 발간 행복에너지)의 P.42~43에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나온다.

모녀가 둘이 사는데 엄마는 무릎이 시원찮다. 그럼에도 동네 편의점에 나가 계산원을 하려고 기분이 들떠있다. 당연히 딸은 그런 엄마를 말린다. 엄마가 말한다.

= “돈 때문이 아니야. 하든 안 하든, ‘미숙 씨가 해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듣는 게 기분이 좋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잖니. 그게 기분이 너무 좋아.” =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반대로 자신을 비난하면 덩달아 투사로 돌변하기 마련이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인정은 삶의 불꽃을 타오르게 하는 불쏘시개와 같다. 그런데 이를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유감이다.

이 책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슬림 사이즈(slim size)로 제작됐다. 하지만 책에 담긴 글들은 하나같이 육중한 무게와 울림의 범종(梵鐘)이다. 우리가 자칫 간과할 수 있는 대상과 사물에도 각자의 의미와 교훈이 정차(停車)함을 예리하게 포착해 발굴했다.

따라서 일단 이 책을 펼치면 잠시도 쉴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책은 코로나19에 이은 숨 막히는 폭염의 이중고로 갈 곳을 잃은 세인들에게 한적한 사색과 도피의 안식처까지 마련해 준다.

저자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1986년부터 교직에 몸담고 있으며 현재 중학교 교감으로 근무 중이다. 선생님과 ‘꼰대’라는 사회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생활인의 한 사람으로서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낀 점을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웃 어르신의 넉넉한 덕담과 풍진 세상을 살아온 노하우까지 합하여 한 편의 드라마로 엮어낸 듯한 이 책은 이른바 <하하하 행복>까지 전수(傳輸)하고 있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고, ’하‘고 싶을 때 해야 하며, ’하‘고 싶은 사람과 해야 한다’에서 발췌한 것이다. 영국 속담에 ‘사랑과 기침은 감출 수 없다’고 했다.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좋은 책 역시 감출 수 없으며 독자의 마음까지 빼앗는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데 하물며 사람에겐 더하다. 당신의 상처는 누가 위로해 주나? 이 책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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