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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연작수필] 89. ‘샷 콜러’와 모래성의 이율배반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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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3  00: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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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듀신문 =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샷 콜러(Shot Caller)는 2017년에 나온 액션, 스릴러 미국영화다. 성공한 증권맨이자 단란한 가정의 가장으로 행복한 삶을 살던 제이콥은 음주운전 사고로 친구를 죽게 한 뒤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세상과 분리된 그곳에는 그들만의 룰이 있고, 생존하기 위해선 강한 자의 편에 서야 한다. 살기 위해 스킨헤드 갱들 편에 선 제이콥은 폭동에 휘말려 10년형을 받게 되고 점점 세상과 동떨어지게 된다.

가석방 출소 후 불법무기 거래 임무를 떠맡지만 일부러 경찰에게 정보를 흘려 다시 제 발로 감옥에 돌아오게 되는데… 과연 그가 인생을 걸고 지키려던 건 무엇일까? 이 영화는 근묵자흑(近墨者黑)의 경계와 중요함을 교훈으로 던지고 있다.

제이콥이 교도소에서 살아남고자 거래한 갱단의 두목은 하지만 죽을 때까지 그를 이용할 목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차하면 제이콥의 가족까지 몰살시킬 음모도 그가 손에 쥔 패(霸)였다.

이를 간파한 제이콥은 그래서 의도적으로 재입소한 교도소에서 그를 살해한다. ‘검은 먹을 가까이 하면 자신도 모르게 검어진다’는 뜻의 한자성어인 ‘근묵자흑’처럼 제이콥은 애초 갱단 두목을 만나지 말았어야 옳았다.

이 영화에서는 음주운전의 경계는 물론 가족의 소중함까지 덤으로 수확할 수 있다. 어제는 아내가 “당신, 쉬는 날이 모레라고 했나?”라고 물었다. 모레, 그러니까 내일은 중요한 일이 있어 직장에 다른 직원으로의 대근(代勤)을 신청했다.

“응, 그런데 왜?” “그럼 그날 나랑 백화점에 갈까? 우리 손자랑 손녀에게 옷을 사주려고 하는데 당신 맘에도 들었음 해서.” “알았어. 오후에 모임이 있으니까 그 전에 가면 되겠지?”

평소 돈은 못 벌면서 술은 펑펑 잘 마신다며 나를 업신(?)여기는 아내다. 그런데 어제는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평소엔 안 하던 다정다감(多情多感)까지 보인 것일까. 사람은 나이 들면 철든다더니 꼭 그쪽이지 싶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아내의 손주 사랑은 쓰나미 이상으로 차고 넘친다. 아들과 딸을 기를 적에도 그러더니 그 습관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딸이 보내온 외손녀의 첫돌 사진을 어제 벽에 걸었다.

바라만 봐도 공주님 이상으로 너무나 예쁜 내 손녀! 가족사랑은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사람의 특권이자 어떤 성역이다. <샷 콜러>의 주인공도 그랬지만 그 어떤 흉악한 범죄자조차 가족만큼은 반드시 지키려 하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최근 아홉 살 아이를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비정한 계모가 검거됐다. 가족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모래로 만든 ‘모래성’이다.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모레는 기다려지지만 모래는 기약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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