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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연작수필] 102. 개똥철학 단상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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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16  14: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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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n 뉴스에듀신문] 사흘 연속 근무하고 이틀 쉬는 게 사규(社規) 매뉴얼이다. 덕분에 연 이틀간의 야근이라는 힘듦을 극복할 수 있다. 이렇게 ‘휴무’인 첫날은 가급적 쉬고, 이튿날엔 몰아서 취재 및 글쓰기에 집중한다.

그리곤 다시금 새벽 첫 발차 시내버스로 출근한다. 이틀이라는 공백(空白)이 발생한 까닭에 출근 즉시 업무 인수인계를 받는다. 그제는 무슨 일이 있었으며, 어제는 어떤 소동이 있었는지까지 인지해야 된다.

어제도 그 같은 동선으로 출근하니 ‘깜놀 소식’이 전해졌다. J씨가 사직했다는 것이었다. "왜요?" "구체적인 것은 편지를 써 놓고 갔으니 그걸 보시면 될 겁니다." “......”

그동안 근무했던 J씨는 딸보다 연하의 처자(處子)다. 다른 직원들은 반말 일색이었지만 유일하게 나는 그녀에게 존댓말을 썼다. 자화자찬(自畵自讚)이 아니라 나는 지금도 처제에게 경어(敬語)를 사용한다.

습관이 그렇게 무섭다. 아무튼 J씨가 퇴직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불편했다. 평소 딸처럼 아꼈거늘... 그러자 문득 최근 들어 뜬금없이 유행(?)하고 있는 용어인 ‘피해 호소인’이라는 당사자가 꼭 나 같다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카톡을 보냈다. "출근해 보니 어제 퇴사하셨다고... 너무 섭섭하네요! 제가 술 한 잔 살 테니 오늘 저녁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잠시 후 답신이 왔다.

“인사도 없이 퇴사하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저를 가장 많이 챙겨 주셨었는데... 제가 사정이 있어서 갑작스럽게 퇴사하게 되었어요.(중략) 다음에 연락 주시면 시간 맞추겠습니다. 감사합니다.”

J씨와 같이 근무하였던 K씨가 210개 들이 커피믹스 한 박스를 가지고 왔다. “이 거, 실장님(직장에서의 내 호칭) 드시라고 준비한 거래요.” 울컥 고마움이 해일로 다가왔다. 평소에 해준 것도 별로 없었거늘...

아무튼 평소 커피를 입에 달고 사는 나를 생각해서 마련했다는 커피믹스는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그건 또한 서른 명의 직원 중 유일하게 나에게만 해당되는 어떤 선택이었기에 ‘내가 가장 빛날 때’라는 고마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렇게 빛이 나자면 까닭이 존재해야 된다. 같이 근무하면서 나는 지속적으로 J씨에게 ‘무료 컨설팅’을 해왔다.

“그 좋은 대학을 나오고도 겨우(?) 1년 단위 계약직인 현재의 불안한 직장을 고수할 거냐”,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과 싸워 이기는 사람이다” 는 따위의 나름 개똥철학을 설파했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의무적으로’ 동의해주던 J씨가 심정적으로도 완전히 기울어진 것은, 2015년에 첫 발행된 나의 저서에서 기인했지 싶다. “중학교 진학도 못 하셨다는 분이 책을 내셨다고요?!”

“목숨 걸고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어디 있을까요?” J씨는 나를 존경한다고 했다. 이어 작년 5월에 두 번째 저서가 또 나오자 더욱 본격적으로 특정 시험공부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결과가 좋았지 싶었다. 사람의 삶은 회자정리(會者定離)를 점철한다. 아무리 절친할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진다. 그동안 근무했던 직장동료는 많았다. 그렇지만 떠날 때 소주 한 잔은커녕 인사조차 안 하고 바람처럼 떠난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다는 건 어떤 불문율이(었)다. 이실직고하건대 현재의 직장은 솔직히 ‘간이역’이다. 마음까지 풀고 편히 쉴 수 있는 안정된 ‘종착역’의 직장이 아니다.

그래서 처우가 나은 곳으로의 이직은 당연하다. 한데 그러자면 실력을 키워야 한다. 어디라고 콕 짚어 적시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J씨는 좋은 곳으로 취업이 되었다고 했다. 참 잘 된 일이다 싶었다.

나도 어서 베셀의 잇따른 작품(저서) 출간으로 이 간이역을 탈출해야할 텐데...! 6년 여 근무하다 갑작스레 떠난 J씨가 새로이 일하게 될 직장에선 탄탄한 정규직으로, 참한 남자 만나 멋진 결혼까지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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