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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서평] 커피, 그리는 남자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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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4  00: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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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n 뉴스에듀신문]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커피, 그리는 남자

추석을 앞둔 즈음인지라 귀향(歸鄕)이 화두다. 하지만 작금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정부 방침까지 귀향을 말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만 아니었더라도 나 또한 이번 추석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와 손녀까지 만났을 것이었다.

하나 상황이 이처럼 안 좋다 보니 아이들에게 신신당부(申申當付)했다. 올 추석엔 제발(!) 집에 오지 말라고. 그런데 속내와는 사뭇 다른 그 같은 허언(虛言)은 가뜩이나 쓸쓸한 마음에 우울증까지 찾아와 협공하는 단초로 작용하는 게 아닌가!

이런 심리적 ‘저기압’을 해소하고자 모처럼 계족산을 찾았다. 비래동 H 아파트 뒤에서 출발한 등산은 밭탕골 약수터의 초입인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이 보이는 지점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오가는 차량들이 예년에 비해 현저하게 감소한 걸로 보아 코로나19의 여파를 새삼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음이 물속 깊이 가라앉은 듯 침잠(沈潛)되었지만 근처에 만발한 꽃들이 위로해 주었다.

”아저씨~ 모든 날(日) 가운데 완벽하게 실패한 날은 웃지 않은 날이라는 말이 있답니다. 그러니 오늘도 억지로라도 웃으세요.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허허~ 그 녀석들~ 말도 잘 하니 더 예쁘구나!“ 하산하면서 커피숍에 들렀다. 카페라떼(caffé latte)를 주문했다. 집에서 나올 때 지니고 간 [커피, 그리는 남자](저자 김상남 & 발간 행복에너지)를 펼쳤다.

= ”(전략) 카페라떼는 60~65도 사이의 온도를 유지할 때가 가장 맛있습니다. 뜨거운 커피를 좋아하시는 손님들에게는 조금은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 뜨겁게 만들면 우유 속 단백질 성분이 비릿한 향을 만들어냅니다.(후략) =(P.37)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맞다. 하지만 어찌 카페라떼만 60~65도 사이를 유지해야 하는가. 따지고 보면 사람 사이도 그처럼 때론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거리를 둬야 하는 것임에.

그렇지 아니 하고 열애를 하던 시절처럼 항상 100도를 유지하노라면 때론 배반과 배신에 우는 때도 있음에.

저자는 또 <조물주 밑에 건물주>(P.87)라는 글에서 자신이 세 들어 있는 커피숍의 건물주가 8년 동안 겨우 만 원만 올렸다며 기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텃밭에서 기른 상추나 감자, 옥수수를 갖다 주시고, 심지어 무친 나물까지 주신다며 자신은 “참 복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라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조물주 밑에 건물주’의 글을 보는 순간, ‘천당 위 분당’이란 속설처럼 경기도 분당(성남시)에 사시는 지인이 떠올라 미소가 물감으로 번졌다.

『커피, 그리는 남자』는 저자의 소소한 일상과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한데 어우러진 에세이집이다. 카페에서 마주치는 손님들과의 소소한 일화, 삶을 바라보는 짤막한 단상 등이 저자의 그림들과 함께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일상 곳곳에 숨어 있는 소소한 행복의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저자의 직업은 바리스타(barista)다. 매일 원두를 볶고 커피를 내리는 것이 바리스타의 일이다.

저자는 어느 날 서점에서 그림책 한 권을 우연히 마주친 것을 계기로 그림의 세계에 빠져든다. 펜으로 그리는 작은 그림에 불과하지만 저자의 마음이 담겨 있는 그림들이어서 금세 친숙해진다.

혹자는 우리나라를 일컬어 ‘커피 공화국’이라고 했다. 그만큼 커피숍이 많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작금 당면한 코로나19의 여파는 커피숍까지 불황의 먹구름에 휩싸이게 했다.

손님이 앉는 의자를 아예 치웠거나, 출입구를 막은 곳도 보았다. 드라이브스루 (drive-through)처럼 셈을 치른 뒤 가져 가서 마시라는 의미다. 삭막한 풍경이지만 하는 수 없는 노릇이다.

저자는 세 자녀를 둔 아버지인데 퇴근 후 매일 밤마다 가족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흐뭇함이 보이는 듯 하여 덩달아 기쁜 마음이 기시감(旣視感)으로 전이되는 느낌이었다.

커피, 이제 저자의 주장처럼 마시지 말고 우리도 함께 그리는 건 어떨까? 마음에 사람을 그리면 그게 바로 인향만리(人香萬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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