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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기자의 연작수필] 130. 하루 4시간 일도 감사한 이유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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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30  20: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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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n 뉴스에듀신문] 홍경석 대전.세종.충청 취재본부장 = 어제도 ‘희망 근로’ 일을 나갔다. B동 전통시장에서 생활 방역 도우미를 하는 것이다. 시장 출입자들의 체온을 잰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람은 십인십색인 만큼 친절하고 정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오후 2시에 시작하며 6시에 마친다. 어제는 온종일 비가 흩뿌렸다. 바람까지 세서 체감온도가 더욱 내려갔다. 오들오들 떨면서 겨우 마치니 감기 기운이 찾아왔다. 귀가해서 일찍 자리에 누웠다.

잠시 눈을 붙였더니 비로소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B동 전통시장에서 하루 4시간의 생활 방역 도우미를 시작한 건 이번 주부터다. 그동안 백방으로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꼰대’라고 일자리를 주지 않았다.

아직도 내 신체 건강은 30~40대라고 느꼈다. 하지만 차가운 사회 구조는 나를 ‘그건 너의 착각이었어’라는 프레임에 가두었다. 물론 시민기자와 작가답게 글만 써도 충분히 먹고살 만하다면 구태여 ‘희망 근로’ 일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야심차게 발간한 네 번째 책은 희망과 달리 베셀에 오르길 주저하고 있다. 자연스레 이어 출간하고자 써놓은 글마저 최백호의 히트곡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닮아 주춤거리는 모양새다.

그렇긴 하되 아내는 요즘 희색이 만면하다. 비록 하루 4시간이나마 돈을 번답시고 집을 나가는 남편이 대견하다나 뭐라나. 여기서 나는 새삼 남편은 놀아도 집을 나가서 놀아야 합당하다는 현실을 재발견한다.

오래전, 언론사에서 나와 경비원으로 취업했을 때 일이다. 특유의 경비원 복장을 본 지인이 깜짝 놀라며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냐?”고 했다. 너무 부끄러워 퇴근길에 자학의 홧술을 진탕 마셨다.

그러나 이튿날에는 애써 평정심을 되찾았다. ‘다시는 부끄럽다고 느끼지 말자. 내가 당당하면 되는 거다!’ 지금보다 더 잔인하고 혹독했던 시절도 있었지 않았던가. 유명한 [이순신 어록]에 이런 말이 나온다.

=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마라. 나는 몰락한 역적의 가문에서 태어나 가난 때문에 외갓집에서 자라났다. 머리가 나쁘다 말하지 말라. 나는 첫 시험에서 낙방하고 서른둘의 늦은 나이에 겨우 과거에 급제했다.

좋은 지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말라. 나는 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 장교로 돌았다. 윗사람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불의한 직속 상관들과의 불화로 몇 차례나 파면과 불이익을 받았다.

몸이 약하다고 고민하지 말라. 나는 평생 동안 고질적인 위장병과 전염병으로 고통 받았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라. 나는 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후 마흔일곱에 제독이 되었다.

자본이 없다고 절망하지 말라. 나는 빈손으로 돌아온 전쟁터에서 12척의 낡은 배로 133척의 적을 막았다.“ = 구구절절 가슴을 휘젓는 압권의 명언이다.

이순신 장군이 집안 탓, 머리 탓, 지위와 건강 탓 따위를 앞세우며 자기변명에만 충실했다면 어땠을까. 단언컨대 오늘날 그에게 붙여지는 수식어 ‘민족 성웅’이란 최고의 찬사는 애초 존재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늘도 오후 2시면 ‘희망 근로’ 일을 나간다. 수입은 많지 않지만 최선을 다하리라. 그리곤 후일 강사로 청중과 만나는 날, 이렇게 외치리라.

”저는 시급 8,720원(2021년 최저임금)을 받고자 희망 근로까지 한 경비원 출간 작가입니다. 이 부분이 흡사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을 닮았지요.

   
▲ 홍경석 기자

그녀도 한때는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어 정부 지원금으로 근근이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해리포터> 시리즈가 대히트하면서 돈방석에 앉게 됩니다. 한 해 수입만 수백억 원이나 되는 그녀가 바로 저의 롤 모델입니다.“

꿈은 꾸라고 있는 거다. 꿈이 없는 삶은 죽음과 같다. 꿈을 이루려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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