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 새 학기를 맞이하는 학교는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알리는 도약과 희망의 시기이다. 하지만 학교의 행정업무와 시설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국 시․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이하 지방공무원)들에게는 과중한 업무를 처리해야하는 절망과 시련의 시기이다.

지난 3월 충북의 A학교에 근무하는 9급 지방공무원이 청주의 한 호텔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유족들은 “입사 뒤 야근을 쉬지 않고 했다. (행정)실장이 지병으로 병가를 냈지만 대체인력이 없어 혼자 업무를 도맡아 했다”며 평소 고인이 과도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에 힘들어했다는 증언을 하였다. 특히 학기 초 예산 편성 업무 등으로 인해 이 기간 동안 25일의 초과근무를 한 사실이 밝혀져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그 원인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충북에서의 안타까운 소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전북에서 3월 1일자 신규 임용된 지방공무원의 자살 소식이 들려왔다. 지역 언론과 전북교육청지방공무원노동조합의 조사 결과 고인은 교원인 부인에게 지속적으로 업무고충을 호소하였으며, 이를 위해 선배 지방공무원들의 면담과 조언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3월 28일 학교 교직원 회식 이후 그는 사랑스런 아내와 딸을 남겨두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특히 전라북도교육청의 경우 교원단체의 일방적 단체협약 등으로 교원의 고유 업무까지 행정실로 이관되어, 학교 근무 지방공무원들의 어려움과 불만이 높았기에 이번 사건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조직과 기관에 의한 타살임을 더욱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교육행정직은 교육계의 사회복지직, 정원 삭감과 업무폭증으로 자살과 이직률이 증가하고 있다.

학교 정원 빼앗아간 교육청, 학교 수는 늘었는데 학교 정원은 오히려 줄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본부가 전국의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효율성을 앞세운 공직사회 구조조정으로 지난 5년간 시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은 약 5% 감소하였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의 학교 수가 466개 증가하였음에도 오히려 정원이 감축된 것으로 나타나 실질적인 정원 감축률은 더욱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일괄 정원 감축에도 불구하고 시도교육청의 정원은 증가한 반면 학교 정원은 7%나 감소해 정원 감축의 된서리는 오롯이 학교에만 가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상급기관의 늘어난 인원만큼 학교의 정원은 줄고, 증가된 학교 수와 교육청의 늘어난 행정인력 만큼 단위 학교의 업무는 증가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 고착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학교 행정 업무는 백화점, 많아도 너무 많고, 늘어도 너무 늘어
하지만 정원이 대폭 삭감된 반면 공교육 정상화 정책과 학교의 사회적 역할 증가로 인해 학교의 업무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방과 후 학교, 돌봄 교실, 학교폭력예방 사업, 유치원교육 확대에 따른 행정업무, 교원업무경감으로 인한 이관업무 등 행정실 행정업무는 어림잡아 20가지 이상이 새롭게 증가되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업무과중과 인력부족을 호소하며 자살자가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계에서는 학교근무 지방공무원이 바로 사회복지직공무원인 셈이다.

신규임용자 10명 중 5명 이상 이직, 지자체의 6배 타의추종 불허
더욱 놀라운 사실은 신규임용 교육행정 지방공무원의 이직률은 과반수가 넘는 54.1%에 이르고, 이는 지방자치 신규임용 지방공무원 이직률의 6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행정 업무의 광범위성, 복잡성, 과중성 등으로 표현되는 특수성으로 인해 실제 현장의 지방공무원들이 겪고 있는 업무 스트레스가 높은 이직률로 이어졌음을 쉽게 유추해 낼 수 있다.

인원은 줄이고, 업무는 늘이는 쌍끌이 폭탄에 죽어나는 교육행정직
즉, 단위 학교의 업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증하고 전국의 학교 수는 늘어난 반면에 그 일을 수행할 인원은 오히려 감축되는 모순적 정책들이 우리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행정직 한사람, 한사람이 짊어져야할 업무의 무게는 이제 그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교육행정직을 포기하고 생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사람이 죽어야 관심을 보이고 해결책을 논의한다. 소중한 생명을 잃은 후에야 뒤늦게 사회복지직 공무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인력충원 등 그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학교 근무 지방공무원들의 죽음은 일간지 사회면 한 구석 조차도 담겨지질 못한다. 이러한 무관심과 소외가 학교 근무 지방공무원들을 더욱 절망하게 하고, 더욱 좌절하게 한다. 학교에는 교사와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교육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밀어주고 받쳐주는 지방공무원도 엄연한 교육의 주체이며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고려 대상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학교 근무 지방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알려내고, 정부와 전국시도교육감들의 관심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며 아래와 같이 전국시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들의 요구안을 밝히는 바이다.
 

○ 학교행정업무에 대한 정확한 직무분석을 통한 행정업무 효율화 추진
○ 교원업무 경감을 교직원업무 경감으로 확대하여 업무간소화 및 처우개선 필요
○ 학교의 역할 증대에 따른 정규직원의 정원 확충(OECD 평균 이상)
○ 학교에 시설 전문 인력 배치
○ 독립기관인 병설유치원에 대한 별도정원 배치(현재는 지방공무원 불법 겸임)
○ 학교 행정실 법제화를 통한 학교 행정의 안정성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