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디지털뉴스팀] 어른들께서는 말씀하신다. 뭐든지 젊었을 때 해봐야 한다고. 경험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거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 않나. 덕분에 대한민국 청춘들이 꼭 한 번 해봐야 하는 일들은 정말 수도 없이 많다. 공부, 연애, 대외활동, 봉사활동, 국토대장정, 해외여행 등 열 손가락이 다 모자랄 지경이다.

그런데 요즘 이 필수 목록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단돈 54,700원이면 일주일 동안 전국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내일로 티켓’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여름 처음 시작돼 올해로 5년째를 맞는 ‘내일로’ 티켓은 해를 더해갈수록 인기가 치솟고 있다. 코레일에서 만든 티켓으로, 사용개시일 기준 만 25세 이하 청소년이라면 누구든 이용 가능하며, 요일 구분 없이 연속으로 7일간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새마을호·누리로·무궁화호·통근열차의 자유석 및 입석을 전 노선에 걸쳐 이용할 수 있을뿐 아니라 주중 운임의 50% 할인된 금액으로 KTX 2회 이용도 가능하다.

해가 채 뜨지도 않은 이른 아침 서울 용산 기차역에 배낭을 맨 ‘내일로’ 여행객들이 하나 둘 몰려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내일로 플러스’라는 전국의 주요 역에서 제시하는 혜택도 만만치 않다. 내일로 티켓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각 지역의 관광지 입장료가 할인되고, 역 근처 찜질방과 숙박업소 이용료가 할인된다.

그 지역의 특산품 시식이나 주요 관광지까지의 교통편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역무원들의 역사나 사용하지 않는 열차를 개조한 침대 열차에서 하룻밤을 묵는 낭만도 제공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내일로 여행객들은 어떤 역에서 발권할 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특히 스마트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내일로 여행을 꿈꾸는 젊은이 들이 더욱 많아졌다. 언제든지 간편하게 철도 시간표와 그 지역의 관광 상품을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즉흥적으로 짐을 꾸리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실제로 내일로 티켓은 판매 3년만에 10배 이상 증가하는 등 매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전.충청지역의 경우 판매 첫해인 2007년에 688매를 시작으로 2011년 여름 시즌에는 5,714매가 판매되었으며 겨울시즌까지 1만매 이상 팔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옥마을로 유명한 전주는 내일로 여행객들이 꼭 들르는 지역 중 하나다. 전주역에서 발권하면 전주의 맛집 할인은 물론 숙박 할인까지 받을 수 있다.

자고로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했다. 직접 한 번 떠나보기로 했다. 내일로 여행의 짐은 간단할수록 좋다. 혹여 배낭을 매고 하루종일 걸어다니게 되더라도 지치지 않을 정도의 무게라야 좋다. 분실이 염려돼 티켓은 휴대전화로 수령했다.

해가 채 뜨기도 전인 이른 새벽, 서울 용산역으로 향했다. 용산 기차역 쪽으로 들어서자 배낭을 맨 사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내일로’ 여행자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코레일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글로리’ 어플은 철도 시간표 검색에 편리하다.

전주행 새마을호에 몸을 실었다. 새마을호 5번 차량은 주중에는 자유석으로 활용한 가능하다. 덕분에 목적지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전주역에서 내일로 티켓을 발권한 사람들에게는 전주 곳곳의 숙박은 물론 한옥마을의 맛집, 공예품 체험도 할인 받을 수 있다.

전주를 지나 도착한 여수 향일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항일암에서는 뜨끈뜨끈한 방에서 잘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사찰음식까지 제공된다. 같은 방에 배정된 네 명 모두가 내일로 여행을 떠난 여행객이니 새삼 내일로 티켓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홀로 떠난 여행이지만 다들 밝은 표정이다. 나홀로 여행각 민지은(여·25세)씨는 “혼자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라며 “솔직히 내일로 티켓이 아니었자면 이런 여행을 계획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 씨는 “본인의 계획에 따라 다르지만 내일로 티켓으로 여행하면 여행 첫날에 벌써 본전을 뽑는 경우가 많고, 각 역에서 제공하는 혜택도 크다.”면서 “출퇴근 시간을 감안해 이동한다면 이동 중에도 편안하게 앉아서 갈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넓게 펼쳐진 갈대밭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겨울 내일로 여행객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순천만 갈대숲은 단연 최고였다. 내일로 티켓 소지자에게는 입장료가 500원 할인된다.

이지은(여·25세)는 “스스로를 정리해보고 싶어서 떠난 여행인데 기대 이상으로 즐겁고 재미있다”면서 “계속 망설이다가 올해 처음으로 내일로 여행을 시작한 것이 아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 씨는 “내일로 여행이야말로 젊음의 특권”이라면서 “주변에는 2주 연속으로 떠나는 친구도 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짐을 꾸리는 친구도 있다”면 내일로 여행은 중독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에 분포한 역들 중에서도 내일로 여행객들이 유난히 많은 곳이 있다. 열차를 갈아탈 수 있거나, 저절로 입이 벌어지게 만드는 관광 상품이 있거나, 제공하는 혜택이 어마어마하거나.

순천역은 이 세 가지 경우에 모두 포함되는 역으로 이곳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의 내일로 여행객을 만날 수 있었다. 순천역에 도착해 역무실에 짐을 맡기자 오백 개는 족히 넘어 보이는 배낭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내일로족’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역무실에서 무료로 가방을 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중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즉석에서 만난 강지용(남·24세)씨는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라면서 “내일로 티켓은 여행경비를 줄여줄 뿐 아니라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까지 안겨준다”고 말했다. 강 씨는 “겨울 순천만은 꼭 보고 가야 된다고 생각해 일부러 순천에 왔다”면서 “내일로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교환하는 것도 여행의 재미”라고 말했다.

안동역에서 제공하는 숙소인 ‘퇴계학당’. 열차를 개조해 만든 숙소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현재 4량으로 증설됐으며 사전 예약 없이는 숙박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안동역은 겨울철 내일로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기차역 중 하나다. 안동 하면 떠오르는 하회마을과 안동찜닭, 기차 여행객이면 하룻밤쯤 꿈꾸게 마련인 열차를 개조한 숙소(퇴계학당)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오후 다섯 시 이후로부터 입실이 가능한 ‘퇴계학당’은 안방, 사랑방, 서당, 학당 4칸으로 구성돼 있으며 난방이 완비된 숙소다. 열차 옆면에는 퇴계 선생님의 초상과 함께 안동역의 문화재가 그려져 있다. 그 인기가 뜨거워 열차의 수가 4량으로 증가했다. 열차 밖 ‘내일로 라운지’에서는 내일로 티켓을 발권한 이용객들이 무료로 정수기, 컴퓨터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곽민주(여·25세)씨는 “기차 안에서 잘 수 있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라면서 “방이 따뜻하고 아늑했을 뿐 아니라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정겹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곽 씨는 “무료로 하루밤을 지낼 수 있을뿐 아니라 추억까지 안고 가게 됐다.”며 “여러 기차역에서 특색있는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 반갑다.”고 말했다.

‘퇴계학당’처럼 열차를 개조한 숙소를 제공하는 곳은 안동역 외에도 영주역, 풍기역 등이 있다.

영주역 뿐 아니라 순천, 여수 등 다양한 지자체에서 시티투어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영주역에서는 영주역에서 발권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시티투어를 제공해준다. 영주역에서 발권하지 않아도 경남본부에서 발권한 경우, 영주역 시티투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예약 없이 탑승이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영주역 앞에서 출발해 부석사, 소수 서원 등을 거져 다시 영주역으로 돌아오는 영주 시티투어는 주요 관광지간의 거리가 멀어 대중교통 대신 영주 시티투어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많다. 주요 관광지의 입장료는 별도지만 단체 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이익이다. 문화해설사의 자세한 설명은 물론 시티투어가 역 앞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최근 영주 외에도 여수, 순천 등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시티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굳이 해당 역에서 발권하지 않았더라도 사전에 문의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여수 시티투어를 이용한 최고은(여·25세)씨는 “여수역 앞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를 이용했는데 여수시의 주요 관광지를 한 번에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며 “여수시의 경우 규모가 크기 때문인지 두 가지 코스로 운영해 본인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이 운영하는 ‘내일로’ 티켓을 이용하면 여름방학과 겨울 방학시즌에 열차를 타고 전국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티켓은 역 창구 및 내일로 티켓 예매 홈페이지에서 발권할 수 있다. 여름과 겨울 1년에 단 두 번 있는 내일로 여행의 기회, 올 겨울엔 꼭 놓치지 말자!

정책기자 강윤지(대학생) hi_angi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