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디지털뉴스팀] “특성화고 채용 행원들이 차별 대우를 받냐고요? 당장 은행장님부터가 고졸 출신인데 어떻게 고졸 출신들에 대한 차별이 있을 수 있습니까?”

부산은행 채용 담당자의 첫 마디였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약 18년 만에 고졸 채용의 문을 다시 열었다. 마지막 고졸 채용이 1993년이던 점을 감안하면 실로 오랜 만에 고졸 공채의 물꼬를 튼 것.

정부의 고졸 채용 장려정책과 맞물려, 각 기업들이 앞다퉈 고졸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에서 부산은행 역시 고졸 채용에 동참했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부산진여상과 부산여상 등 총 6개 학교에서 10명의 신입 행원을 선발했다.

부산은행 고졸 채용자들이 대졸 채용자들과 함께 연수를 받는 모습.(사진=개인소장용)

이들 신입 채용자 10명은 ‘특성화고 졸업생 채용’ 전형으로 당당히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이렇게 채용된 이른바 ‘고졸 출신’들의 실제 사회 생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여러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대졸자들과의 차별 대우로 설움을 받을 거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건 아닐까.

지난해 고졸 채용을 담당했던 부산은행 채용 담당자는 이에 대해 “부산은행이 마지막으로 고졸을 채용한 것은 1993년이었다.”며 ”지금도 은행의 지점장을 비롯한 고위직급의 상당수는 고졸 공채 출신들이고, 은행장님도 고졸 출신”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과거 은행권만큼 고졸에게 취업의 문호를 많이 열어준 업종도 드물었지만, 대졸자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공채도 대졸 위주로 옮겨가게 됐다.”며 “고졸 공채가 사라진 것은 채용 전략에 변화를 준 것이라기보다는 시류의 흐름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다양한 인력운용 방향에 대해 고민하던 중 지역 명문 특성화고의 학생 추천이 있어 자연스럽게 공채 부활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고졸 공채 직원들은 일반 대졸 채용과 별도로 1단계 서류전형(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 최종선발인원의 10배수), 2단계 종합면접(최종 선발인원의 5배수), 3단계 최종면접(최종선발인원의 3배수), 4단계 최종합격자 결정으로 이루어진다.

고졸 채용으로 합격한 부산은행 직원들이 연수시절 밝은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사진=개인소장용)

 
채용 담당자는 특히, 학점과 자격증 등 소위 말하는 객관적인 ‘스펙’보다는 ‘인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들과 대면해야 하고, 그들의 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원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정직, 신뢰, 적극성 등 기본인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렇게 채용된 고졸 행원들에게 부여되는 직급은 ‘사무행원’이다. 대졸 공채 직원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새로 생긴 직급이다. 고졸 행원에게 대졸 행원과 동일한 직급을 부여한다면 역차별이 될 수 있는 만큼, 2년 뒤 대졸사원과 동일한 직급으로 전환하도록 한 것인데, 이는 일종의 승진 개념이다. 연봉은 대졸사원의 약 80% 정도 수준이며, 2년 뒤 대졸 공채 초임과 같은 수준으로 바뀌는 구조이다.

현장에서 들어본 이들의 업무 성적은 일단 합격점이다. 부산은행 채용 담당자는 “현재 고졸 채용으로 합격한 행원들이 굉장히 순수하고 열정적”이라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담당자는 “시쳇말로 ‘때가 덜 묻었다’라고 표현할 만큼 업무에 임하는 자세나 열정이 매우 열의가 높고 순수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담당자는 “특성화고를 선택한 이유나 남다른 사연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무척 책임감이 강하고 어른스러우며, 업무 역량을 비롯해 모든 부분에서 대졸사원에 비해 결코 뒤쳐지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송주희 행원이 상사와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 친근한 회사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다.(사진=개인소장용)

부산은행 인사지원부 관계자들이 꼽은 고졸사원들의 최고의 장점은인력운용 부문의 효율성이었다. 대졸 여성 행원의 경우, 입행 뒤 통상 3~5년 내 결혼과 출산휴직에 들어가는 반면, 고졸 행원은 통상 상대적으로 4~5년이 더 늦어지게 된다.

인력 운용 측면에서 업무 역량이 최고조에 이른 인력이 육아휴직으로 업무 공백을 가져오는 것은 사측 입장선 일종의 ‘손실’일 수밖에 없는데, 고졸 여행원은 이런 차원에서 좀더 장기적인 인력 운용과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

다만, 대학생활도 일종의 사회생활이라고 보면, 고졸사원이 대졸사원에 비해 조직생활에 부드럽게 적응해나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아쉬움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부산은행 행원으로 채용된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대다수가 “학력 때문에 차별 받은 적이 전혀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송주희(여·부산여상 졸)행원은 “주윗분들이 고졸 취업자라는 배경을 알고난 뒤 오히려 반색하며 격려해 주신다.”며 “택시에서 만난 한 기사분은 어린 나이에 취업을 하니 기특하다며 저에게 좋은 상품 있으면 가입해 주겠다는 말씀을 해주셨을 때 무척 힘이 났다.”고 말했다.

부산여상을 졸업한 송주희 양은 지난해 9월 1일, 부산은행에 입사했다. 사진은 행원이 된 뒤 받은 사령장. 고졸 행원들에게 부여되는 첫 직급은 ‘사무행원’이다.(사진=개인소장용)

송 행원은 “한번은 업무가 숙달되지 못한 상태에서 전산시스템 변경으로 여러 가지 자료의 오류가 있었는데, 저희 지점 소장님께선 제가 담당하는 업무의 오류를 찾아내기 위해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며 “업무 도중 부족한 점이 있으면 항상 이렇게 도움을 주시고, 격려도 많이 해주셔서 직장 내 차별 문화는 전혀 느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 행원과 같은 학교 출신인 최은혜 행원은 직장 생활 중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화법’을 꼽았다. 최 행원 은 “고등학교 졸업 뒤 바로 사회로 나왔기 때문에 고객님들에게 어떤 화법을 써야할 지 서툴러 고민이 많았다.”며 “이런 능숙하지 못한 모습에도 일일이 격려해주시며 응원해주시는 고객님들이 많아 고맙고, 업무에 더 열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 행원은 “일 처리가 끝난 뒤 고객님이 ‘친절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하시고 떠나실 때가 가장 좋았다.”며 “일반전형이 아닌 고졸 채용의 수혜자인 만큼 은행측에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을 텐데, 그 기대에 걸맞게 열심히 일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최은혜 행원이 “직장 내 차별 분위기는 전혀 없다.”며 옆 자리 상사와 함께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개인소장용)

김민지 행원(여·부산진여상 졸)은 “차별대우는 전혀 없고, 오히려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항상 배려를 많이 받는 편”이라며 “업무적으로나 인간관계에 있어서 모든 분들이 저보다 훨씬 경력도 많고, 연륜이 있으시기 때문에 행동과 말투에 더 조심하게 되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졸 출신이라서 겪는 ‘설움’은 현장에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고졸’이라는 이력을 이들은 더 큰 혜택으로 여기며 겸손해하는 모습이었다.

부산은행 채용 담당자는 “향후 고졸 채용의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고졸행원의 증가는 곧 대졸행원의 감소를 의미하지만, 고졸 행원의 역량과 조직의 적합도가 높다는 평가로 이어진다면 비율이 감소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정책기자 최주현(대학생) juhyeonchoi@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