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부산] “우와, 경치 봐라. 저기 바닷가까지 쥑이네.”
“여기가 국제영화제 할 때 연예인들이 와서 사진 찍은 곳이네. 배우 안성기 씨도 사진 속에 있는 거 봐봐.”
“야, 빨리 예쁜 포즈로 서봐! 사진 찍어줄게. 길도 진짜 예쁘고, 공기도 정말 좋다.”

12일 오후 2시, 한창 햇볕이 좋을 시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려대는 관광객들의 입가에선 탄성이 멈출 줄 모른다. 관광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 이곳은 해운대 십오굽이 달맞이길과삼포길이다.

이곳은 행정안전부가 전국 곳곳에 누구나 쉽게 찾아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도보여행 명소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실시한 ‘2012년 우리 마을 녹색길 공모사업’에서 선정된 녹색길 중 하나이다.

해운대구 십오굽이 달맞이길과 삼포길의 오르막.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행안부 지정 ‘우리마을 녹색길’은 지역의 역사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친환경적 길로, 약칭 ‘녹색길’이라고 부른다. 지난 2011년 시작돼 현재 총 80개의 녹색길이 조성돼 있으며, 그 길이만 해도총 974km에 달한다. 행안부는 여기에 45곳의 녹색길(총 547.5km)을 추가로 선정했다.

녹색길이 일반길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보행자 중심의 길이라는 것. 즉, 일반길의 경우, 보행자 도로가 차도와 어우러져 있지만 녹색길은 우수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을 누구나 쉽게 탐방할 수 있도록 철저히 도보 중심의 길로 복원했다.

이처럼 녹색길은 단순한 길이라기보다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함축하는 공간으로서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를 테면 부산 앞 바다의 갈매기가 다니는 길을 상징하는 ‘갈맷길’이나 소설 토지 속에 나온 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녹색길로 조성된 십오굽이 달맞이길에서 바라본 바다

녹색길은 크게 지역공간 체험형, 수변공간 활용형, 도심문화 생활형 및 명상·사색형으로 분류되는데, 부산의 경우 십오굽이 달맞이길 및 삼포길, 천가동 갈맷길, 걷고 싶은 가람 낙조길 총 세 곳이 녹색길로 선정됐다.

부산 해운대구의 십오굽이 달맞이길 및 삼포길은 이름 그대로 십오굽이 달맞이길과 삼포길을 연결해놓은 길로, 현재는 일부 단절된 구간이 있지만, 공사를 통해 연결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곳은 해운대구의 아파트 밀집 지역이자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중동역’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소요되는 위치로부터 시작된다.

삼포길의 경우,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넘어가는 해안가에 위치한 포구(미포, 청사포, 구덕포)로 다양한 음식점이 있고, 경치도 좋아 부산의 관광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2011년 녹색길로 선정된 십오굽이 달맞이길은 어느 정도 조성이 완료 단계다. 현재는 삼포길과 연결된 산책로 조성 공사중이다.

특히, 십오굽이 달맞이길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친환경 생활공간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일부 구간은 이미 정비가 완료된 구간도 있었다. 그런 만큼 이곳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었다.

십오굽이 달맞이길을 찾은 관광객은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도보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 간혹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애매해서 위험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곳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여러 장 촬영해도 교통사고의 위험이 없어서 좋고, 카메라 렌즈위치를 조금만 옮기면, 산과 바다를 한번에 촬영할 수 있는 촬영 명소”라며 만족스러워했다.

‘2011년 도심문화생활형 녹색길’로 조성된 부산 동구의 ‘씽씽(SingSing) 테마로드’ 역시 녹색길 조성 사업으로 전망대, 파고라, 쉼터 등의 방문객 편의시설이 대거 들어서면서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싱싱테마로드는 부산 동구 수정동 테마체육공원에서 부산 동구 초량동 산림초소까지 약 2km 정도로 이어진 구간이다.

2011년 도심문화생활형 녹색길로 조성된 부산 동구의 ‘씽씽(SingSing) 테마로드’의 공사 전후 사진 (사진=부산 동구청)

특히, 커뮤니티, 전망, 산책, 쉼터 등 구간별 테마가 있는 도심 속 녹색 쉼터 조성해 여가문화에 대한 주민 욕구충족과 녹색길 이용문화를 확산했고,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도심 속 하늘숲길을 조성, 트레킹, 문화, 여가공간이 복합된 테마로드 조성으로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현재 싱싱 테마도로를 찾은 시민들은 “조명 시설이 부족해서 다소 어둡고, 위험한 구간이 있었는데 훨씬 밝아졌다.”는 의견과 “화장실이 생겨서 훨씬 더 편안하게 산책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2011년 수변공간활용형 녹색길로 지정된 ‘선셋로드’ 조성 사업 역시 현재 공사 단계로, 녹색길 조성과 을숙도 연결 보행로 확보, 낙동강변 친수 공간, 방문객 지원 시설 등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구 둑 인근에 조성 중인 ‘선셋로드’ 조감도. (사진= 부산 사하구청)

센섯로드는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구둑 인근에 위치한 길로, 일부 구간은 사하구 주민들의 산책로로 활용된다. 이곳에 향후 녹색길 조성이 완성되면, 훌륭한 산책로와 더불어 지금까지 다소 관광지로 덜 알려진 낙동강 하구 둑 지역이 관광 명소로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행정안전부 지역녹색성장과 담당자는 “녹색길 조성은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고 주민참여를 통해 노선 등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특히, 유모차나 휠체어 등 보행약자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일부 노선은 평평한 천연목재 및 단단한 흙길로 조성(무장애 구간)하는 등 이용 편의성을 최대한 고려해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부 지역에는 외부 방문객들을 위한 안내공간 및 지역특산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함과 더불어, 녹색길이 지역의 명소로 거듭나 지역 활성화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역 축제와 연계한 ‘걷기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녹색길은 모든 것이 친환경으로 제작된다. 사진은 2011년 녹색길로 지정된 부산 동구의 녹색길 모습. 친환경 펜스가 눈에 띈다. (사진=부산 동구청)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2012 녹색길’ 사업은 아직 미완성 단계이지만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안고 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길’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일 것이다. 모쪼록 도심 속에 조성된 녹색길이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이자, 역사와 문화를 되살리는 아름다운 자연공간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최주혜(대학생) jewelleryjo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