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화)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승만대통령 반공포로 석방 제60주년 기념행사"에서 주제강연을 펼친 한국군사문제 연구원 '김충남' 박사.

[뉴스에듀] 반공포로 석방은 미국과의 방위조약 쟁취를 위한 이승만 대통령의 승부수였고, 이로 인해 미국은 이 대통령의 협조 없이는 휴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시종일관 반대해 온 한국과의 방위조약에 합의함으로써 그 후 한 달 만에 휴전이 이루어 질 수 있었다.

지난 60년 간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전보장은 물론 경제발전과 민주발전의 튼튼한 울타리가 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대 휴전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의 긴박했던 외교적 줄다리기를 되돌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1. 한국전쟁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상이한 목표

자유세계의 중심국가 미국과 전화에 휩싸여 미국원조에 의존하고 있던 약소국 한국의 전쟁 목표가 같을 수 없었다. 미국은 한국전쟁에 대해 분명한 목표가 없이 '38선 수복', '북진 통일', '중공군 격퇴', '조기휴전' 등 상황에 따라 바뀌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에게 있어서 공산군의 섬멸을 통한 통일만이 유일한 목표였다.

트루먼은 미국의 참전목표를 38선을 넘어온 '침임자'를 몰아내는 '경찰행동(police action)' 이라 했기 때문에 38선에 이르러 유엔군이 진격을 멈추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한국군 단독으로 북진하도록 명령했다. 다행이 유엔은 10월 7일 "한국에 있어서 유엔의 목표는 통일되고 독립적이며 민주적인 정부의 수립"이라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한반도 통일이 전쟁목표가 되었다.

그러나 중공군 개입으로 전쟁이 확대되었기 때문에 이를 돌파하려면 과감한 군사전략이 필요했지만 미국은 세계전략 차원에서 한국전쟁을 인식하면서 한국전쟁 그 자체보다는 글로벌 전쟁으로 확대될까 우려했다. 미국은 적극적 공새를 통해 한국의 통일을 달성하려 한다면 소련군이 개입할 위험이 있고, 또한 한국이 통일될 경우 중공군과 소련군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유럽주둔 미군과 장비들을 한국에 재배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될 경우 소련은 힘의 공백을 노려 유럽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동맹국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1951년 초부터 한국전쟁의 목표를 '원상회복'에 그치는 제한전쟁으로 규정했다. 당시 미합참의장 브래들리 장군은 한국전쟁을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장소에서 일어난 잘못된 전쟁"이라며 정면 승부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으며, "미국이 한반도에서 중국과의 전쟁에 집중하는 동안 소련이 유럽을 석권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트루먼 대통령은 중공군의 후방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만주지역 폭격을 주장한 맥아더 장군을 1951년 4월 해임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트루먼이 우리의 꿈(통일)을 죽여 버렸다"며 분노했다.

1951년 3월 미 국무부는 한국전에서 미국 목표는 원상회복과 더불어 조속히 휴전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6월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지역으로 진격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고, 7월에 들어서는 휴전회담이 시작되었다.

이로부터 2년 간 전선은 일진일퇴를 거듭했고, 한미 간에는 휴전회담을 둘러싸고 갈등이 지속되었다. 지도자의 위대성은 위기 시에 나타난다. 강한 승부사 기질을 가진 이 대통령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와 정면대결하면서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 끝내 그 목표를 달성했던 것이다.

2. 휴전은 "한국에 대한 사형집행장"

휴전회담이 시작되자 이 대통령은 휴전은 "한국에 대한 사형집행장"이라며 통일될 때까지 어떤 타협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200만 가까운 희생자를 내고 나라가 잿더미가 되었음에도 휴전을 하게 되면 통일의 기회를 놓치는 것은 물론 나라의 생존마저 위태로울 것으로 우려했다.

북한과 중군 간, 그리고 중국과 소련 간에 군사조약을 맺고 있었고,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과 소련은 언제든지 군사적 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휴전과 더불어 유엔군이 철수하게 된다면 공산세력이 또 다시 침략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 대통령은 모든 기회를 이용해서 휴전을 강력히 반대했다. 그는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 결정적 시기에 미국은 왜 휴전을 하려는 것인가? 자유중국을 보라. 휴전의 결과가 어찌 되었는가? 지금 우리의 통일은 물론 우리 국민의 생존까지 위험에 처해 있다."고 했다.

그는 해방 당시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 분단에 동의함으로써 한국을 팔아넘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면서 미국이 휴전을 하려는 것은 한반도를 재분할 하려고 공산 측과 흥정을 벌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에 무조건 협력하다가는 또 다른 자유중국이 되거나 아니면 또 다시 40년 전의 우리의 모습으로 전락할 것이다. 우리가 어제의 적들에게 팔릴 바에야 차라리 통일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냉철한 현실주의자인 이 대통령은 휴전반대나 단독북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의 주된 관심은 휴전 후 한국안보를 보장하기 위해서 초강대국인 미국과 방위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그는 1949년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유럽의 나토와 유사한 미국 중심의 '태평양조약기구'를 제안한 바 있다. 그 때부터 그는 거대한 아시아 대륙을 공산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장치는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이라 확신했던 것이다.

국제정세에 해박한 이 대통령은 미국이 공산주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핀(1951. 8), 일본(1951. 9), 호주 및 뉴질랜드(1951. 9)와 각각 방위조약을 체결한 것을 목격하고 미국에 대해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1952년 3월 트루먼에게 공한을 발송, 미국이 한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는 것만이 한국국민이 휴전을 용납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라면서 만약 미국이 이 조약을 체결해주지 않는다면 한국군 단독으로 북진하여 통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루먼은 이승만의 단독 북진 주장을 공상이라 무시하고 그의 방위조약 체결 요청도 묵살했다. 방위조약이란 상호 지원할 수 있는 나라 간에 체결하는 것인데 미국은 한국은 부담만 될 뿐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휴전회담 등 한국의 안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의 의견은 무시했고, 특히 미국의 정책에 대해 시비를 거는 이 대통령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자주의식이 강한 이 대통령은 미국이 과거에도 그랬듯이 한국에 관한 중대한 결정을 하면서 한국의 견해에 개의치 않는다는데 대해 분노했다. 그는 양유찬 주미대사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한국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동물 다루듯 하고 있다"고 했고, 임병직 유엔주재 한국대표도 "한국의 운명은 실험실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할딱거리는 토끼"에 비유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휴전을 통해 한국국민들이 목숨 바쳐 쟁취하고자 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한국국민의 동의나 합의 없이 포기하게 된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따라 우리의 사활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권을 행사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미국이 기필코 휴전을 하고자 한다면 한국은 살아남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53년 초 "한국전쟁 조기 휴전"을 공약했던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휴전회담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방위조약 체결을 위한 외교에 적극 나섰다. 이 대통령은 변영태 외무장관을 통해 주한 미국 대사에게 방위조약 체결을 정식으로 요청했고, 4월 8일 양유찬 주미대사는 덜레스 국무장관을 만나 같은 요청을 했다. 4월 14일 이 대통령은 아이젠하워에게 보낸 서한에서 "만약 미국 정부가 한국에 방위조약을 제공한다면 그것은 한국민이 전쟁을 수행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했다.

그 후에도 다른 채널을 통해 방위조약 체결을 거듭 요구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아이젠하워는 4월 23일 이 대통령에게 보낸 답서에서 한국군이 독자행동을 한다면 휴전 후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기로 한 군사적 경제적 원조는 취소될 것이라고 경고했을 뿐 이승만이 요구한 상호방위협정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미국은 이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유엔군사령관 클라크 장군을 내세웠다. 클라크는 한국이 휴전회담에 협조하지 않으면 군사 및 경제 원조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미국정부의 입장을 재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당신들은 모든 유엔군을 철수시키고 모든 경제원조를 중단할 수가 있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처음부터 민주세계가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믿은 것이 우리의 실수였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협력하겠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전선의 3분의 2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군이 유엔군 지위체계로부터 이탈한다면 유엔군이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컸다.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 덜레스 국무장관, 콜린스 육군참모총장 등 미국의 전쟁 지도자들은 한국과의 방위조약 체결에 반대했다. 아이젠하워는 휴전 후 한국의 안보 보장 방안으로 유엔 참전국 명의로 '대제재선언(大制裁宣言)' 을 공포하고 한국군을 20개 사단으로 증강해주겠다는 메세지를 주한 미국대사와 유엔군사령관을 통해 전달하면서 휴전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 제안에 대해 미국이 한반도에서 손을 떼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이 대통령은 대제재선언은 "전혀 무의미한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협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설득에 실패한 클라크 장군은 이 대통령이 휴전을 반대하기 위해 온갖 무리수를 동원할 우려가 있다고 합참에 보고했다. 결국 휴전을 위해서는 이 대통령의 요구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미국 정부는 한국과 방위조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젠하워는 6월 6일 이승만에게 보낸 서한에서 휴전협정이 종결되어 한국이 이를 수락하는 대로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 맺은 방위조약 수준의 방위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 제의는 이 대통령이 요구한 "선 방위조약 체결 후 휴전협정 조인" 원칙에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는 이를 거절했다. 왜냐하면 미국이 휴전협정을 성취한 후에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되어 한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방위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 이승만 대통령의 놀라운 승부수, 반공포로 석방

1953년 6월 8일 그동안 쟁점이 되어왔던 포로의 자유송환 원칙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휴전협정은 사실상 서명 절차만 남겨두고 있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이 대통령은 방위조약 쟁취를 위해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6월 18일 자정을 기해 유엔군 관리 하에 있던 반공포로 27,000여 명을 일방적으로 석방했다. 휴전협정의 서명에 들떠 있던 유엔 측과 공산 측 국가들은 대혼란에 빠졌고 휴전협상은 파탄의 위기를 맞았다.

그 같은 조치에 대해 아이젠하워는 "유엔군 지휘를 불가능하게 한 상황을 조성했다"는 항의 서한을 보냈고, 덜레스 국무장관은 '등 뒤에서 칼을 찌르는 격' 이라고 비난했으며, 처칠 총리는 "반역적 행동" 이라고 했다. 이 사건으로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이승만 제거를 검토했다. 반공포로 석방 다음날인 6월 19일 백악관에서 개최된 국가안보회의 비망록에 따르면 아이젠하워는 "위험을 없애는 가장 빠르고 유일한 길은 쿠데타"라면서 "이는 확실히 고려해볼 가치가 있는 일" 이라고 말했다. 

미국 합참은 1952년부터 이승만 제거를 위한 쿠데타계획(Plan Everready)을 세워 놓았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군과 국민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승만의 영도력 없이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이 계획을 포기했다. 

이 대통령의 조치가 취해진 뒤 국내 여론은 뜨겁게 반응했지만 세계 여론은 이승만을 "입에 칼을 물고 춤추는 위험한 행동", "비타협적인 독재자", "망령 난 늙은이", "국제법과 국제관례를 위반한 후안무치한 늙은이" 등 비난이 빗발쳤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반공포로석방을 비난하는 미국에 대해 오히려 '휴전협상 수용불가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만일 휴전이 이뤄지는 경우 한미상호방위조약 등 대한민국의 안보대책이 선결돼야만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국군의 독자적 북진(北進)' 등 휴전교섭 파기를 위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반공포로 석방은 반공포로들이 사지(死地)로 끌려가는 것을 막았을 뿐 아니라 한국의 안전보장을 확보하기 위한 대미(對美) 압박카드였다. 그것은 한국의 대미 자주성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휴전에 급급하던 미국을 압박해 상호방위조약과 더 많은 군사적 경제적 원조를 얻어낸 최고의 외교적 승부수였다. 미국이 한국의 요구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휴전을 강행한다면 한국이 얼마든지 이를 방해하거나 파기시킬 의사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4. 미국 정책을 뒤집은 이승만 대통령의 탁월한 외교력

반공포로 석방은 한국의 안전보장에 대해 미국의 정책의지를 확실하게 구체화하지 않으면 미국이 추구하는 휴전이 방해받을 수 있다는 이승만의 결의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 같은 사태를 목격한 아이젠하워, 처칠, 마오쪄둥 등 세계 정상들은 이승만이 녹록치 않은 인물임을 깨달았다. 그가 결심만 하면 그들이 가장 시급히 성취하고자 했던 휴전을 일거에 무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던 것이다.

결국 미국정부는 이 대통령의 요구대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은 곧바로 로버트슨(W　　　　　　　　　　　　　　　　alter Robertson) 국무부 극동담당 차관보를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특사로 파견했다. 이승만은 로버트슨이 가져온 방위조약 초안에 조약체결 당사자 중 어느 한쪽이 무력공격을 당할 경우 다른 한 쪽이 자동 개입한다는 조항이 빠진 사실을 지적하면서 한국은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와 달리 적대국의 공격을 받으면 순식간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는 나라이므로 미국이 최소한 "일본과 그 부근"에 미군의 주둔을 허용한 미·일 안보조약 수준으로 변경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여 이를 관철시켰다.

2주 간의 협상에서 미국은 1) 휴전 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보장하며, 2) 전후복구를 위한 경제원조를 제공하고, 3) 한국군의 전력을 육군 20개 사단으로 증강하는 것을 지원하며 해군과 공군 장비를 지원하고, 4) 휴전 후 열릴 정치회담에서 90일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을 경우 한미 양국은 통일 방안을 협의한다는 약속을 했고, 이에 이승만은 휴전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일 주일만에 서울을 방문한 델레스 국무장관은 이 대통령을 예방하고 "미국 역사상 한국에 한 만큼 그처럼 많은 양보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뒤이어 8월 8일 변영태 외무장관과 덜레스 국무장관은 한미 방위조약에 가조인했고, 10월 1일에는 워싱턴에서 정식 조인했다. 만약 이 대통령이 미국 요구대로 순순히 따랐다면 그 동안 우리가 누려온 것과 같은 한미동맹이 있었을지 의문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우리 후손들이 대대로 이 조약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 했다. 미국원조에 힘입어 한국은 전쟁의 폐허를 조기에 복구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70만의 강력한 현대식 군대를 육성할 수 있었으며, 상당규모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었다. 또한 미국이 동맹국이 되면서 한국은 미국식 제도와 문물을 적극 수용하게 되었고, 나아가 미국을 모델로 국가발전에 적극 나서게 되었다.

지난 60년 동안 한미동맹의 혜택을 누렸으면서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한미동맹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던 가는 월남의 패망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한미동맹이 결성된 지 20년 후인 1973년 미국은 공산 측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을 철수시켰지만 2년 후 자유월남은 공산화되고 말았다.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한국의 운명도 월남처럼 되었을지 모른다. 또한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한국의 경제발전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과중한 안보부담으로 경제개발에 투입할 자본도 없었을 것이고, 안보리스크가 큰 한국에 투자할 외국자본도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한국의 민주발전도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미 상호방위조약 쟁취는 한국현대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업적이라 할 수 있다.

로버트슨은 귀국 후 하원 외교위원회 보고에서 이승만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승만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기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애국자이다. 그는 빈틈없고 책략이 풍부한 어려운 협상상대였고 또한 그의 목표는 때로는 비논리적이었지만 그의 목표는 한국의 국가이익을 위해 최선의 것이었다고 본다. … 이승만은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지만 그의 반공주의는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의 리더십은 공산주의에 대항하는데 있어 한국국민들로 하여금 어느 나라 국민보다 더 강력한 불굴의 의지와 용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휴전 직적의 한미 간 막바지 협상에 배석했던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은 이 대통령에 대해 감탄해 마지않았다. 그는 이 대통령의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상상 못할 예지와 용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도덕적 우위를 점함으로써 한국에 엄청난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 준, 그 같은 과감한 외교전략이 어디서 나올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실토했다. 한미 간의 합의사항에 대해 공산주의자들은 늘 그렇게 주장해 왔지만, 이승만은 결코 미국의 허수아비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래서 그는 이승만을 "위대한 인물" 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아이젠하워는 회고록에서 불편한 관계였던 이승만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집불통 등 그의 성격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월남에는 또 다른 이승만이 필요하다. 이승만은 통일을 이룩하고자 했지만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해 그 노인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어느 나라 어떤 지도자와 정면 대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음에도 그는 휴전반대라는 지렛대를 이용하여 미국과의 상호방위조약을 쟁취하고 미국으로부터 군사 경제적 지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의 단독북진 주장은 휴전을 조기에 달성하려던 미국 지도자들을 초조하게 만들어 그들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고도의 외교적 책략이었다. 그의 전시외교에 힘입어 한국은 미국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나라가 아니라 당당한 주권국임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외교에는 귀신' 이란 평가를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