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듀=디지털뉴스팀] “저희가 만든 책을 얼핏 보면 일반 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는 분들이 꽤 계실 거예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글자 밑에 점자가 찍혀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사회적 기업 도서출판 ‘점자’의 대표이사 육근해(52)씨가 책장을 들춰보이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곳에서 펴낸 책자들은 전부 글자 밑에 오톨도톨한 점자가 박혀있어 장애인들도 읽기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흔히 ‘착한 기업’이라 불리는 사회적 기업의 대표다운 ‘착한’ 발상이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에서부터 기업이나 정부의 소식지 박물관의 도록까지 모두 점자로 인쇄해 배포하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 받아 도서출판 ‘점자’는 지난해 12월, 서울시로부터 ‘더 착한 서울기업’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서울시가 인증한 ‘더 착한 서울기업’이란 사회적기업 중에서도 실적이 뛰어나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우수기업으로 지정한 사회적 기업을 말한다.

▲ 묵점자혼용 도서는 일반 책과는 달리 글씨 밑에 점자로 시각 장애우들도 읽을 수 있도록 출간된다.

지난 1월 26일, 서울시는 ‘더 착한 서울기업’ 35사와 ‘하이서울 브랜드’ 기업간의 1사1 결연식을 갖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는 두 서로 다른 업체 간의 기업 노하우 공유와 상생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하이서울 브랜드 기업은 유망 상품이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서울시가 ‘하이서울 브랜드’ 사용권을 주고, 유통망 등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번 결연을 통해 하이서울브랜드기업은 더착한 서울기업의 멘토로서 지원하게 되며, 특히 많은 사회적기업이 애로를 겪고 있는 판로개척과 관련한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서울시청 사회적기업과 장현주 주무관은 “이번 1사1 결연식은 더 착한 서울기업이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열린 자리”라며 “이번에 인증된 총 35개의 ‘더 착한 서울기업’들은 아직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이 대부분인 만큼 앞으로 브랜드를 널리 전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주무관은 또 “서울시를 비롯한 많은 공공기관에서 물품이 필요한 경우 우선적으로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알아보고 있는 편”이라며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꾸준히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도서출판 ‘점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근로자가 직접 점자 도서를 만들고 있다.

▲ 도서출판 ‘점자’의 육근해 대표이사는 “앞으로 장애우용 도서에도 IT기술을 접목해보고 싶다.”며 한 IT업체와 1사1결연식을 맺었다고 밝혔다.

도서출판 ‘점자’ 역시 이번 결연식에 참가해 한 IT업체와 1사1 노하우를 서로 공유했다. 육근해 대표이사는 “최근 일반 도서 시장에서도 전자책 열풍이 불고 있듯이 우리도 IT기술을 접목시켜 장애우들에게 전자책을 읽도록 하자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며 “장애우들에게 좀더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육 대표는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는 전자책 시장에 관심이 많은 듯 했다. 그녀가 하이서울 브랜드 기업인 IT업체 ‘아이알로봇’과 1사1 결연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녀는 장애인들도 전자책 시장에서 충분히 책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싶어했다.

육 대표는 “지체장애아나 시각장애아들도 시대에 걸맞게 최신 기술을 이용한 책을 읽는다면 그 즐거움도 배가 될 것”이라며 “그 일에 앞장서고 싶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장애우 전용 전자 도서가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 일반 동화책 외에도 관공서 소식지, 박물관 도록 등에도 점자 책을 발간하고 있다.

육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면서 서울시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움도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다른 업종의 사회적 기업을 한 데 묶어 한 골목 안에 입점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포괄적이고 두루뭉실한 지원보다는 구체적인 지원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구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은 가구거리에 입점할 수 있도록, 의류를 만드는 의류 사회적 기업은 의류 전문 거리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특화된 여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며 “저희 같은 도서 사회적 기업의 경우에는 대형 서점에 저희 도서를 배치해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는 전문 기업과 함께 기술 개발을 추진해 ‘더 착한 서울기업’에서 만드는 제품의 질을 한층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청 사회적기업과의 장현주 주무관은 “무엇보다 서울시가 인증하는 기업인 만큼 제품의 신뢰도를 높여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 주무관은 “"더 착한 서울기업에 관한 홍보 책자와 워크숍, 온라인을 활용한 판로 개척에도 힘쓰는 한편, ‘더 착한 서울기업’이라는 BI와 간판도 따로 제작해 각 기업들이 제대로 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진행하는 이 같은 사업들은 브랜드 가치가 부족한 중소기업과 신생기업이 대부분인 사회적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결연식을 계기로 더 착한 서울기업과 하이서울브랜드 기업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중소기업이 한층 더 부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변현준(대학생) hyunjun28@naver.com